평소 나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린아이든 어르신이든 동료든 옆집 이웃이든 경비 아저씨든 어느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물론 상대방도 동의한다면.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나는 어느 누구와도 함께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 생각을 대학생 때부터 이런 생각을 했으리라. 타지에서 올라온 나는 기숙사 혹은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녔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의 기숙사 생활은 너무 불편했고, 친구들과의 자취 생활 속 나는 온전히 나답게 집에 머무르기가 어려웠다. 서른 너머 제대로 독립을 하고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어느 누구와도 같이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하기로 하다니. 결혼 생활에 설렘과 기대도 분명 있었지만 불안과 걱정이 컸다.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타인과의 동거 생활에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하고. 나는 남과 지내는 시간만큼 혼자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는 사람이기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편과 나는 잘 지내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지금 생각해보면..결혼하면 부부가 떨어지지 않고 모든 걸 함께 해야 할 거라고, 혼자 착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
다행히도(?) 남편과 나는 생활 패턴이 달라 혼자서의 시간을 확보하기가 생각보다 쉬웠다. 우리는 서로 취침과 기상 패턴이 다르다. 항상 내가 먼저 잠들고 또 내가 먼저 일어난다. 한두 시간은 항상 먼저 일어나는데 이때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이 큰 힘이 된다. 이 시간에 대단한 걸 하진 않지만 나를 돌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함으로써 여유와 안정을 찾는다. 보통 요가를 하거나 아침 산책을 하거나. 그러고는 일기를 쓰고 기도를 한다. 최근에는 아침 독서를 시작했는데, 집중도 잘 되고 좋더라. 저녁 시간에도 종종 우리는 따로 시간을 보낸다. 퇴근 후 돌아온 서로를 격려해 주고는 각자의 일을 할 때가 많다. 가령 남편은 게임을 하고 나는 프랑스 자수를 하거나 필사를 하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주말 아침이다. 주말 아침, 남편이 자고 있는 동안 나는 홀로 지내면서 여유를 즐긴다. 처음엔 이 시간에 책을 읽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집안일을 하고 있더라. 우렁 각시처럼. 아무래도 집에 있으니 해야 할 자잘한 집안일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른 시각이라 도로가 안 막혀 드라이브하는 기분이 난다. 별거 없이 커피숍에 가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쓴다. 혼자 자취할 때는 커피숍에 혼자 갈 일이 없었는데, 같이 사니까 혼자 커피숍에 가는 일이 꽤 좋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서인지 함께 있으면 있는 대로 잘 지낸다. 함께 식사를 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하면서. 농담을 주고받고 장난을 치면서. 앞으로도 이렇게만 지내면 좋겠다 싶다. 혼자서의 시간은 소중하게, 함께하는 시간은 즐겁게 보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