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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Aug 10. 2021

#51. 수박을 샀는데 엄마가 보고싶다.

그날 따라 혼자 시장에 갔고, 수박을 보니 남편 생각이 났다. 얼마  남편과 함께 마트에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과일을  먹지 않아 구경조차  하는데, 남편이 유심히 수박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수박을 좋아하는 남편이 비싼 수박 값에 선뜻 사먹자는 말은  하고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모습이 안쓰러워 사가자고 했는데 한사코 남편이 거절해  손으로 돌아 왔었다. 그날 일이 생각나 남편에게 시원하고 달달한 수박을 먹이고 싶어졌다.


혼자 시장에 왔으니까 몰래 사들고 가서 수박을 손질(?) 해놔야지, 하고 호기롭게 수박을 샀다. 재택 근무  점심 시간에 나간 거였는데 날은 너무 더웠고, 수박은 너무 무거웠다. 이건 수박의 무게가 아니다. 지구를 들고 가는 느낌. 들고 가는 내내 수박을 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고 수박 앞에서 서성이던 오빠 모습이 얄밉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오니  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나중에 하면 귀찮을까봐 수박 손질을 하는데 엄마가 생각났다. 어린 시절 언젠가의 여름, 엄마가 수박을 사들고  먹으라고 잘라주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 . 그때 엄마는 얼마나 더웠을까. 그때 수박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엄마는 우리를 위해 수박을 들고 오는 일을 여름마다 반복했는데  엄마를 위해  번도 수박을 사본 일이 없다는  알았다.


당장  수박을 엄마에게 갖다 주고 싶었지만  근무 중이었고, 엄마는  멀리 계셔서  수가 없었다. (항상 핑계는 많지) 조만간 부모님을 만나러    익은 수박   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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