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매주 토요일이면 챙겨보는 유튜브 콘텐츠가 있다. 브이로그 콘텐츠인데, 프리랜서로 일하는 모습과 집에서의 생활들을 담아내는 어떤 여자분의 콘텐츠이다. 나와 생활 속 취향은 좀 다른 것 같지만 자기만의 일상을 만들어 내고 단단하게 다져가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 그리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매주 챙겨 본다. 얼마 전에 그 유튜버가 집을 사게 되어 집에 대한 Q&A 콘텐츠를 올린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집을 왜 샀냐는 질문에 이십 대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고, 이십 대가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형편에 맞는(=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집을 구매하게 되었다는 것.
그 말이 뭔가 내 마음에 쿵-하고 내려앉았다. 내가 버킷 리스트를 세운다면 집을 구매하는 건 버킷 리스트에 넣지 않을 것이다. 아니 넣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을 산다는 게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어서, 나는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없는 건 버킷 리스트에 넣을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이니까.
또 하나, 이십 대가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버킷 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집을 샀다는 말에 놀랐다. 버킷 리스트라고 하기엔 좀 너무 소소하지만 나는 주기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계획충인데, 나는 계획을 이루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세운 계획을 너무 쉽게 잘 까먹고, 이루지 못했다고 반성을 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계획을 미뤄 버리거나 내가 별로 원하지 않았던 계획이라며 그 계획을 없애 버리는 편이지..
어느새 나는 이런 사람 되어버린 걸까. 막연하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이 돼버렸다.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자라는 마음이 분명 밥만 먹고살겠다는 것은 아니었는데, 나를 자책하지 말자는 것이 내가 세운 계획에 대충대충 해도 된다는 건 아니었는데.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회사에 다니며 스스로를 책임지고 있으며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챙기고 있고 종종 혼자 시간을 보내며 글도 쓰고 드라이브도 하고. 큰 꿈은 없지만 큰 절망도 없으니 이 정도면 꽤 괜찮다고 말이다. 무리할 일이 없으니 힘든 일도 없고. 물론 지금이 좋다. 그래도 이루지 못하더라도 혹은 이루기 위해서는 좀 무리를 해야 하더라도 내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할 버킷 리스트 두어 개쯤은 품고 살면 좋겠다. 그래, 얼마 남지 않은 삼십 대에 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일들을 정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