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수쟁이 Aug 17. 2021

#54. 어느새 나는 이런 사람이 돼 버린 걸까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매주 토요일이면 챙겨보는 유튜브 콘텐츠가 있다. 브이로그 콘텐츠인데, 프리랜서로 일하는 모습과 집에서의 생활들을 담아내는 어떤 여자분의 콘텐츠이다. 나와 생활  취향은  다른  같지만 자기만의 일상을 만들어 내고 단단하게 다져가는  같아 부러운 마음, 그리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매주 챙겨 본다. 얼마 전에  유튜버가 집을 사게 되어 집에 대한 Q&A 콘텐츠를 올린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집을 왜 샀냐는 질문에 이십 대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고, 이십 대가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형편에 맞는(=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집을 구매하게 되었다는 것.

 말이 뭔가  마음에 -하고 내려앉았다. 내가 버킷 리스트를 세운다면 집을 구매하는  버킷 리스트에 넣지 않을 것이다. 아니 넣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집을 산다는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어서, 나는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없는  버킷 리스트에 넣을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이니까.


 하나, 이십 대가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버킷 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집을 샀다는 말에 놀랐다. 버킷 리스트라고 하기엔  너무 소소하지만 나는 주기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계획충인데, 나는 계획을 이루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세운 계획을 너무 쉽게  까먹고, 이루지 못했다고 반성을 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계획을 미뤄 버리거나 내가 별로 원하지 않았던 계획이라며  계획을 없애 버리는 편이지..


어느새 나는 이런 사람 되어버린 걸까. 막연하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이 돼버렸다.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자라는 마음이 분명 밥만 먹고살겠다는 것은 아니었는데, 나를 자책하지 말자는 것이 내가 세운 계획에 대충대충 해도 된다는  아니었는데.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회사에 다니며 스스로를 책임지고 있으며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챙기고 있고 종종 혼자 시간을 보내며 글도 쓰고 드라이브도 하고. 큰 꿈은 없지만 큰 절망도 없으니 이 정도면 꽤 괜찮다고 말이다. 무리할 일이 없으니 힘든 일도 없고. 물론 지금이 좋다. 그래도 이루지 못하더라도 혹은 이루기 위해서는 좀 무리를 해야 하더라도 내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할 버킷 리스트 두어 개쯤은 품고 살면 좋겠다. 그래, 얼마 남지 않은 삼십 대에 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일들을 정리해 보자.


작가의 이전글 #53. 8월 2주 차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