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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쟁이 Aug 17. 2021

#55. 언젠가는 서울을 꼭.

떠나고 싶다.

삶의 목표가 인서울이었던 시절이 있다. 바로 2  . 마음을 고쳐 먹고 수능을 준비한 것도 인서울을 위해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서울이 아니라 탈부산이 목표였던  같기도 하지만.


바다의 습기처럼 찝찝하고, 사춘기 시절의 일기장처럼 유치한 . 정이 넘치는 만큼 말도 많은 . 오래된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은 있지만 새로운 설렘은 없는 . 내게 부산은 이런 곳이었고, 대학을 핑계로 떠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나는 서울에 살고 있다. 이젠 부산에서 자라난 시간보다 이곳에 머무른 시간이  많으니 서울 생활에 적응했을 법도 한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한강  다리를 건널 때마다  다리 이름은 뭐냐고 묻고 우리 회사에서 홍대가 가까운지 먼지도 모르고 서울에 가족이라곤 최근에 생긴 남편과 시부모님 뿐이며 서울의 유명한 곳은 사람이 많은게 싫다며 웬만해서는 가지도 않으니까.


, 어쨌든 나는 서울을 좋아한다. 내가 살아갈 곳을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정한 곳이니까. 그전까지는 가족에 의해 살아갈 곳이 정해졌으니까. 그리고 이곳에는 나의 이십 대가 있으니까. 청춘으로 포장할  있는 객기와 치기 어린 이십 대의  모습이 묻어 있는 . 하루하루 열심히 살게  꿈과 가난이 있는 . 그래서 나는 서울이 좋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나는 서울을 떠나고 싶다. 왜냐하면 여기에 있으면 자꾸만 잘 살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잘 살라고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잘 산다는 게 뭔지 사실 잘 모르겠는데 막연하게 잘 살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냥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되는 대로 살고 싶은데.  그리고 여기는 모든 게 편리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원하는 것을 (웬만하면) 쉽게 향유할 수 있는 서울. 그래서일까. 매사에 간절함도 감사함도 없다.

  느긋하고 싶고 늘어지게 살고 싶다. 사소한 것에도 간절해하고 감사하며 살고 싶다. 얼마  친구가 나를 심심한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말이  좋더라. 친구의 말처럼 심심한  즐기며 살고 싶다.


그런데, 서울을 떠나면 그렇게   있을까. 어쩌면 서울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인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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