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을 다시 시작했다.
클라이밍을 다시 시작했다. 거의 5년 전부터 클라이밍을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 실제로 해본 건 재작년 원데이 클래스에서였다. 그것도 친구가 하자고 해서. 친구의 제안이 없었더라면… 아마 지금까지도 생각만 했을지도. 아무튼 원데이 클래스를 하고 나서 정규 등록을 하기까지도 1년이 걸려, 작년 말이 되어서야 정규로 배우게 됐었다. 그 당시에 몇 번 다니다가 거리두기 때문에 수업을 못 듣게 되면서 흥미도 사라지고, 결혼 준비와 이사를 핑계로 클라이밍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체력이 안 따라준다는 걸 절감하고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클라이밍이 떠올랐다. 남편에게 말하니 당장 등록하라며 카드를 내어주는 그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다시 시작한 클라이밍.
첫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오는 길, 온몸이 아파 운전을 하기 힘들었다. 핸들 돌리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싶을 정도로 낑낑 대며 운전을 했다. 그러면서 든 여러 생각.
만약 내가 꾸준히 클라이밍을 했더라면 이런 근육통 따위는 없었을 텐데. 그리고 다시 기초부터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됐을 텐데.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구나. 어쩌면 나는 쌓아 올린 것 없이 시작만 36년째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밀도 높은 삶을 살고 싶었는데, 난 깊어지지도 넓어지지도 않은 채 시작만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공부, 글쓰기, 수영, 캘리, 프랑스 자수… 난 정말 꾸준하지 못하구나.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까 내가 꾸준하지 못하다는 건 틀린 말이다. 난 꾸준하다. 우선 삶에 꼭 필요한 것들은 꾸준하게 하고 있다. 밥을 먹는다거나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번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아무 말).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을 꽤 꾸준하게 잘하고 있다. 한 번 시도해보고 두 번 다시 안 할 수도 있을 법한데 (다시 시작하기까지 텀이 길긴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걸 꾸준하게 한다. 클라이밍을 다시 시작한 것처럼.
음, 어쩌면 나는 또 금세 클라이밍을 그만 둘 지도 모른다. 그럼 그때는 왜 이렇게 꾸준하지 못한가, 하고 자책하지 말아야겠다. 나중에 또 꾸준하게 시작하게 될 테니까. 물론, 웬만하면 그만 두기보다는 꾸준하게 클라이밍을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