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퇴근이 출근보다 힘들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퇴근 즈음의 시각. 퇴근은 다가오는데 기쁜 마음보다는 숨이 조여 오는 느낌이었다. 일이 넘치도록 많은 날도 아니었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퇴근이 무서웠다. 이 지친 몸뚱이를 한 시간 넘게 지하철에 실어야 한다는 게. 겨우 집에 가 저녁을 챙기면 9시가 족히 넘고, 씻고 나면 내일 출근 생각에 서둘러 잠을 청하겠지. 일련의 저녁 시간이 그려지면서 퇴근하기도 전에 지치고 힘이 쭉 빠지고 퇴근을 한다는 게 무섭게 다가왔다.
한 때는 퇴근 시각이 가까워지면 궁둥이가 들썩들썩 몸이 먼저 반응했는데 지금은 퇴근에 싸늘하다. (그렇다고 퇴근을 미루는 게으른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출근할 때는 파이팅이 좀 넘치는 것 같은데 퇴근은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아무 의욕이 없다. 왜 그럴까, 생각이 많아졌다.
우선 이동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쓴다. 지하철 안에서 요긴하게 시간을 쓰고 있기야 하지만 그래도 너무 길고 힘든 시간. 이 시간을 줄일 수는 없을까? 처음엔 자취방을 얻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극단적인 것 같다. 차를 끌고 다닐까? 그런데 회사 주차비에 유류비를 더하면 방을 얻는 게 낫겠다 싶어 이것도 그만두었다. 마침내 오토바이를 생각해 냈는데 이건 좀 자신이 없고, 힘든 건 매한가지일 것 같다.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 아직 시간 줄일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그리고 퇴근하고 나면 저녁 일상이 없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저녁이면 무섭게 체력이 떨어진다. 이 정도까지 저질 체력은 아니었는데, 무얼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지친다. 가끔은 저녁을 먹는 것도 버거울 정도다.
두 번째는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8시가 넘어있는 것. 저녁 8시는 뭐라고 해야 할까. 무얼 시작하기에는 늦고 자기에는 이른 시각이다. 게다가 밥 먹고 씻고 나면 그땐 정말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늦어버리는 느낌이랄까. 구래서 괜히 남편한테 치근덕 대다가 이 공간 저 공간 혼자 배회하다 침실로 들어가는 게 일상이라면 일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나마 다행인 건 두 번째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먼저 체력은 운동을 하면 될 일이다. 안 그래도 야근이 많아 홀딩한 클라이밍을 다시 시작해야지, 생각하던 참이다. (내가 운동을 꾸준히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날도 선선해졌으니 남편 혹은 친구들과 가볍게 트래킹도 할 거고...(?) 그리고 우리 회사에 셀. 수. 있. 는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출근 시각을 오전 7-10시 사이에 본인이 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7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려고 했다. 그러면 집에 가도 오후 5시 반밖에 안되니까. 그렇담 저녁 일상 정도는 회복할 수 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떠보니 6시 20분... 출근하니 8시가 넘었지만 몇 번 하다 보면 7시 출근을 할 수 있겠지.
출퇴근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게 조금 실망스럽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봐야지. 출근 시각을 당겨 보자고 결심한 게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부터 새벽 기상도 여러 모닝 루틴도 엉망이 되었었는데, 이 기회에 다시 세워봐야지. 내일은 정말로 7시에 출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