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혼자서 하는 세 번째 제주 여행이 시작되었다.
원래 계획은 남편과 함께 제주에 오는 거였다. 하지만 며칠 전 이래저래 일이 많아 여행이 살짝 부담스럽다고 하여 혼자 오게 되었다.(오히려 좋아…?) 그리하여 혼자서 하는 세 번째 제주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렇다. 나는 혼자서 제주에 온 적이 있다. 처음으로 혼자 오게 된 건 2019년 1월.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일 년 정도는 쉬려고 했던 때이다. 여행으로 퇴사 기분을 내고는 싶지만 너무 낯선 곳은 좀 두려웠던 지라 선택하게 되었던 제주. 협재에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협재가 어느 지역에 있는지 그제야 알았다. 워크샵이나 오빠와 여행으로 몇 번이나 왔던 제주인데도 내가 이 지역을 잘 모르는 채로 부유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면허가 없던 시기여서 뚜벅이로 여행을 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는 힘들었던 지라 협재 근처를 배회하고 비양도를 다녀왔다. 제주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 도민처럼(?) 거나하게(?) 술을 먹었던 기억도 있다. 이때 여행을 하면서 이직하고 싶었던 두 군데 회사에서 면접 제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두 번째 혼자서 제주를 찾았을 때는 내게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유부녀가 된 것. 결혼을 하고 처음 혼자 여행을 했던 것 같다. 그때 바다를 보며 멍을 때리다가 나도 모르게 아 행복하다,라고 중얼거리던 게 생각난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바다가 좋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지금 내가 혼자 여행을 하고 있어 행복하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즐거움과 행복이야 물론 비할 데 없이 크고 소중하지만 함께 살고 있어 조금은 누리지 못했던 혼자의 시간을 제주에서 만끽하고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운전면허를 딴 것이 두 번째 변화인데, 이게 또 혼자 하는 제주여행의 행복에 큰 몫을 했다. 면허를 딴 지는 1년 남짓 지나긴 했지만 여행지에서의 렌트는 처음이었다. 면허 없이 혼자 제주 여행을 해봤던 지라 면허 취득 여부는 여행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행동반경이 확실히 더 넓어지고 자유로워졌다. 여행지에서 가보고 싶은 곳을 교통편을 알아보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유인지 그때서야 비로소 알았다.
그리고 어젯밤, 제주로 혼자서 세 번째 여행을 왔다. 언젠가 부산 친구들과 우진 해장국에서 밥을 먹는데 운전 때문에 술 한 잔 못한 것이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음식을 포장해 숙소에서 막걸리 한 잔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침 그 부산 친구들이 노래방에서 영통을 걸어와 함께 노래하며 춤을 추며 놀았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려고 일부러 암막 커튼을 다 치고 알람을 끄고 잤는데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 버린 오늘 아침.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보말죽을 먹고, 언젠가 오빠와 함께 가보자 했던 커피숍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북동부 쪽으로 쭉 올라가 볼 생각이다. 지겹도록 바다를 보고 글을 쓰고 읽다가 돌아와야지,라는 생각 말고는 아무런 계획이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이 좋다. 제주에 와서 좋고, 혼자 와서 좋고, 내가 좋아하는 식당을 다녀와서 좋고, 아무런 글이나 쓰고 있어서 좋다. 이 시간을 잘 보내 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