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드링크 같은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웰컴 오션이었다.
로마를 떠나 시칠리아에 왔다. 시칠리아로 여정은 미리 계획해 두었지만 이곳에서 무엇을 할지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만 찾아보았다.
이곳에서는 렌트를 할 생각이었다. 로마에서 도로나 운전이 어떠한 지 보고 결정할 생각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지는 않았다. 운전 중에 제일 자신 없어하는 게 평행 주차인데 로마엔 평행 주차가 많더라. 시칠리아는 로마 같은 도시는 아니니까 괜찮겠지 싶어 렌트를 알아보았지만 끝내 렌트를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비쌌다. 자동에 네비를 장착하고 보험까지 넣으면 돈 백만 원이더라고. 렌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
렌트를 하지 않은 덕분에(?) 여행지에서 처음으로 버스를 타봤다. 정말 그랬다. 여행지에서 버스를 타본 적이 없었다. 기차나 지하철을 이용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은 남편과 함께 했던 지라 렌트를 해서 돌아다녔기에 버스를 타본 적이 없었던 것. 시칠리아 공항에서는 버스를 타고 숙소에 와야 했다. 버스표를 구매하는 일도 낯설었고 직행 버스가 없어 갈아타야 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버스에서 소매치기가 많다던데 걱정이 앞섰다. 번잡스럽고 걱정하는 게 싫어 우버를 탈까도 했지만 비용이 꽤나 비쌌고 교통편에 돈을 많이 쓰고 싶지 않아 결국 버스를 탔다. 결과적으로 무사하게 숙소에 왔고 버스 타기를 잘한 것 같다. 처음이 어렵지 별 거 아니구나 싶었고, 이게 뭐라고 버스를 탄 내가 기특하게도 느껴졌다.
시칠리아에 처음 도착해서는 비가 왔는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날이 갰다. 이 숙소는 발코니에서 바다가 보이는 뷰 하나 때문에 선택한 곳이었다. 짐을 대충 던져놓고 나가보니 화창해진 날씨와 바다가 날 맞이해 주었다. 웰컴 드링크 같은 것과는 비교과 안 되는 웰컴 오션이었다.
사실 이 숙소는 정말 뷰만 좋다. 관리가 잘 안 되어서 먼지가 곳곳에 쌓여있다. 청소기나 청소 도구가 있으면 대청소를 해주고 싶다. 또 옷을 적게 가지고 왔던지라 에어비앤비에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세탁인데 세탁기 문이 안 닫히더라….? 그래서 빨래도 못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호스트에게 와이파이를 물어봤는데, 어색하게 번역된 답이 왔다. 와이파이가 폭풍우에 침몰되었다나. 심지어 헤어 드라이는 선이 망가졌다. 처음엔 이게 다 뭐지 싶었는데 이제는 이것도 경험인가 싶다. 하긴 뭐, 남의 건물만 보이던 로마의 호텔보다는 멋진 뷰가 있으니 괜찮지 싶다.
이곳에서는 여행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 살고 있다. 지도앱 없이 방랑하듯 걷고, 나만의 단골 아침식당도 생겼다. 며칠을 지내니 매일 다른 날씨와 풍경이 체감된다. 오늘 아침에는 이곳이 지겹다는 생각까지 해버렸으니 정말 살고 있는 모양이다. 여행지에서 지겨운 마음이 들다니, 신선하고 재밌군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