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잘 이어가면 돌아가서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여행에서도 일상이 있다. 그래서 다짐했다. 일상이 여행이란 이름으로 일탈이 되지 않도록 하루하루 잘 지낼 수 있는 루틴들을 이어가자고.
모닝 페이지 노트를 챙겨 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최근 할 달 정도 모닝 페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침에 눈 뜨면 출근 준비 하느라 모닝 페이지는 생각도 안나더라고. 로마에 온 첫날 밤, 긴장감과 피곤함 때문에 일찍 잠에 들긴 했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깨버렸다. 새벽 세시쯤이었던 것 같다.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아 로마에서 첫 모닝 페이지를 썼다. 그 뒤로 매일 아침이면 모닝 페이지를 쓴다. 다시 읽어보지는 않아서 구체적인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여행에 대한 상념, 유난히 다채로운 요즘 꿈에 대한 해석들을 휘갈겨 썼던 것 같다. 한 달간 여행이 끝날 즈음 읽어볼 생각이다.
요가나 스트레칭도 아침에 하고 있다. 최근에 아프고 나서 깨달았다. 당장 운동을 하진 않더라도 아침을 깨울 땐 요가나 스트레칭을 해야겠다고. 침대 위에서 하는 게 좀 제약이긴 해서 약식으로 대충이긴 하지만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글을 쓴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하고, 노션에 일기를 쓰기도 한다. 내가 여행을 준비하며 했던 생각들, 또는 여행을 하며 하는 생각들이나 에피소드를 써둔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기록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엽서를 쓰기도 한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 그런지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난다.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이곳에서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고, 마음을 전하고 싶어 펜을 든다.
글을 읽기도 한다. 밀리의 서재로 두 권의 책을 읽었고, 세 권째 읽는 중이다. 역시나 혼자 있다 보니 시간이 많다. 책을 읽으면 때때로 잠이 쏟아지는데, 낮잠을 자면 밤이 너무 괴로울 것 같아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다. 아직 마음에 드는 책을 보지는 못해 더 다양한 책을 탐독하고 싶다.
앞서 여행에도 일상이 있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 잘하지 못하던 것들을 하고 있다. 모닝 페이지와 요가, 글을 쓰고 읽는 일들은 일상에서 꾸준히 하고 싶었는데 좀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날의 루틴을 여기서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이곳에서 잘 이어가면 여행에서 돌아가서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