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시도가 시원찮았다고 해서 두 번째 시도를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지금 나는 시칠리아, 그중에서도 아치 트레짜 근처에 머물고 있다. 원래는 차를 빌릴 생각이어서 한적한 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비용도 그렇고 운전이나 주차에 자신이 없어서 렌트를 포기했다.
아차 트레짜도 관광지이긴 하지만 시내로 나가는 건 꽤나 번잡스럽다. 버스 환승은 기본이고, 두 시간이 훌쩍 넘게 걸린다. 그럼에도 시내 투어를 강행해볼까 해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 시칠리아를 떠나면 또 이곳저곳 누비고 다닐 텐데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지금 일상도 꽤나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돌아다니지 않는 덕분에 단골 카페도 생겼다. 매일 아침이면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다. 아씨 트레짜 해변을 바로 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미도스라는 카페이다. 호스트가 소개를 시켜주기도 했고, 친구도 검색해서 알려준 곳이어서 한 번 가봐야지 했던 곳. 거기서 아란치니를 맛보고는 반해 버려서 매일 아침 이곳에서 아란치니를 먹는다.
아란치니를 처음 먹은 건 시칠리아에 막 도착해 공항에서 허기를 때우기 위해서였다. 두 개를 다른 맛으로 시켜서 먹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이런 맛이군, 두 개를 먹기엔 좀 느끼해서 벅차게 느껴졌다. 알게 된 맛을 굳이 또 경험해 볼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밥이 먹고 싶어서 다시 먹게 된 미도스에서의 아란치니. 정말 맛있었다. 어떤 날은 저녁으로 또 먹을까도 생각했다.
언젠가 일본 여행에서 매일 에비동을 먹은 적이 있다. 지금의 남편과 함께하는 여행이었다. 매번 다른 곳에서 에비동을 맛보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에비동에 있는 밥이 좀 더 고슬고슬한 것 같아, 새우튀김은 어디가 더 좋았던 것 같아, 이 소스도 가게마다 다 다르네, 경험한 걸 토대로 이런저런 평가를 했다.
잊고 있던 기억이 미도스에서 아란치니를 다시 맛보며 떠올랐다. 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떤 것을 여러 번 경험을 해보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고. 그래야 지금이 어떠한 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반추해 볼 수 있으니까. 음식뿐만이 아니다. 인생에서 어떤 경험을 여러 번 해보는 건 (대부분) 좋은 일인 것 같다. 연애도 일도 공부도 운동도 취미 생활도.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알게 되는 깨달음이나 주관, 취향 같은 것들이 있으니까.
그러니 첫 번째 시도가 시원찮았다고 해서 두 번째 시도를 주저하지 말아야겠다. 두 번째는 또 다른 결과가 분명 있을 테니까. 미도스에서의 아란치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