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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 appMaker May 31. 2023

5월 마지막 날 추억 - 싸이렌

digilog #83

드로잉 툴: infinite painter - android


5월의 마지막 아침. 새벽에 싸이렌이 울렸다. 몇 년에 한 번씩 오동작하는 화제경보 시스템이라기에는 

웅장함이 달랐다. 새벽에 잤기에 경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잤건만 핸드폰으로도 문자가 왔다. 


긴급경보 문자였다.  


이 시간에 도대체 “왜, 어떤 이유로?” 노약자를 대리고 대피하라는 것인가? 국가에서 보내는 문자에서는 Context(맥락)가 빠져있었다.


잠을자면 반달곰과 습성(심지어 외모까지…)이 비슷해지는 마누라도 핸드폰으로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대며 놀라운 민첩함을 보였다(원래 곰이 민첩한 동물일 수도…). 평소 강한 사춘기 전투력을 보여준 늦둥이 딸내미는 불안한 듯 이 상황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실망이었다. 


부칸이 무서워한다는 중2병 인간병기가 실상은 이렇게 나약한 존재였다.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이웅평과 미그기에 놀란 서울시민과 달리 학교가지 않아도 된다는 옵션에 기뻐했던 중2병 어린 환우(patient)가 있었다. 그 때가 1983이었으니 벌써 40년이 되었다. 그 환우는 주위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아직까지 뉴스에도 나오지 않고 무탈하게 살고 있다. 심지어 긍정의 화신으로 변모중이다.


정치와 시사를 먼나라 이웃나라 전설로만 여겨온 마눌님에게 이 번 상황을 입문자 수준으로 알기쉽게 설명해주고 긍정의 메시지로 마무리했다.


최근에 보면 “날리면”이라는 단어는 논쟁의 대상이었어. 그런 점을 고려해보면 서울시에서 “오보”라고 긴급문자를 보낸 것은 이해가 되긴 해. ”날리면”이 아니고 다른 단어였나봐. 서울시를 통해 또 하나를 배운 것이지…(근대 날라왔다는 것 같은데? 오보가 맞나?)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내가 무색하게 마누라는 짧은 겨울잠을 다시 자고 있었다. 오랜만에 이른 아침에 드라마를 느껴본다. 날리면이 맞는건가? 아닌건가? 포털과 SNS에서 용쟁호투가 시작되었다. 5월 마지막 날은 조용히 지나갈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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