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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 appMaker Jun 04. 2023

6월의 하늘

digilog #84

 드로잉 툴: infinite painter - android


1.

6월의 시작이 벌써 +4가 되었다. 잠시 일에 집중했었는데 4일이 지나버렸다. 누군 글을 쓰며 힐링을 한다지만 개발자는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며 고통을 잊을 때가 있다. 허접하고 깨작한 교육용 소스와 문서를 만드는 동안 세상의 시름을 잊고 살았다.


잛은 4일동안 하늘도 많이 변했다. 단지 앞자리 숫자 하나 바뀐 것인데 6월의 하늘은 5월과 달리 바다의 냄새가 났다. 무작정 필기구 몇 개와 휴대용 키보드와 핸드폰을 가지고 돌아다니며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이름모를 까페에 들어가 핸드폰으로 그림 하나 그려보며 6월의 하늘을 느껴보았다.


2.

몇 십년 전 누군가 다음과 같은 의도로 말했다.

”구로디지털 단지의 밤샘이 일상인 개발자들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버린다. 그런데 하늘을 봐라. 오늘의 하늘을 버릴 정도로 미래가 가치있는가? 이런 날을 두고 우리는 미친인간들 사이에서 일빠가되기 위해 더 미친 삶을 살고 있다”


그 누군가는 우리가 상장하기 전에 회사를 떠났고 우리는 남아서 상장을 했다. 그리고 얼마안되 대표가 회사를 매각했다. 그 당시 내가 받은 충격은 만화 베르세르크의 그리피스가 매의 단을 제물로 바쳤던 사건과 비슷했다. 대표의 고통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는  싸움의 진영인 [나와바리]를 잃어버렸다. 각자도생해야 했고 모두가 흩어졌다.


3.

회사매각 후, 17년이 지났다. 몇 년동안은 배반에 대한 증오로 인해 베르세르크의 가츠와 같은 심정으로 살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시점부터는 인간에 대한 증오는 사라졌다. 그리고 세상의 아키텍처와 프로세싱을 인정하며 연쇄긍정마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 변화에 도움을 준 것이 그림과 낙서이다.


이젠 나도 6월 하늘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수십년전 구로디지털 단지에서 낮술을 권했던 그 친구처럼 말이다.


https://youtu.be/-8dFUsyntrI

이 영화가 명작임을 50이 넘어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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