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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tage appMaker Jun 08. 2023

개발자의 밤

digilog #85

드로잉 툴: infinite painter - android


개발자들에게는 해커톤이라는 애매한 문화(개발자들의 의지와 관계없기에)가 있다. 팀활동을 통해 결과물을 내놓는 것인데 일종의 스프린트(전력질주) 같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밤샘을 당연시 여기는 경우가 있다.


에너지 드링크를 먹고 밤샘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 여겨질 정도로 노동강도가 강한 짓거리 인데 문제는 이것을 정부지원창업 프로그램에서조차 적극활용 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현업에서는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밤을 샜다는 것은 시간이 촉박했다는 것이고 버그는 그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해커톤은 개발자 문화를 이용한 회사 또는 기관의 홍보 이벤트일 뿐이다. 개발자답게 직설적 표현 하자면 "약빨고 달리면서 만든 그럴 듯한 OOO"가 나온다를 자랑하는 것이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밤샘은 어느정도 일상이다. 우리나라만? 아니다. 전세계가 똑같다. 그러다보니 이것을 당연시 여기는 문화가 있지만 누구나 알 듯이 밤샘은 인간의 수명과 영혼을 단축시킨다.


물론 밤샘의 효과라는 것이 있다. 아드레날린 넘치는 성취감 같은 것인데 이것은 구지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밤을 새는 전문직종들 대부분이 경험하는 것이라 예상된다. 단지,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그 닥 유쾌한 결과(가성비)를 내놓지는 못하는 것이 일상이라서 밤을 새더라도 괜히 샜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오랜시간에 많은 생각을 투자해야 해결될 일을 짧은 시간에 고민없이 해결하도록 일정을 잡으니 버그를 양산하게 된다.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20세기에 개발자로 시작해서 21세기까지 잘 버티고 있다. 2000년 초에는 동료들과 21세기가 되어도 우리같은 개발자는 “새벽별 보기운동”이 일상이라며 “우리의 노동 강도가 높을까? 아니면 북한의 노동강도가 높을까?”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하고 살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 전, 유튜브 채널을 보니 “북한의 외화벌이가 개발자 외주파견”이라는 소리를 듣고 기분이 급 우울해졌다. North King과 미제라스(파괴지왕 주호민 작가의 작품내용)를 각자 섬기는 단일민족의 개발자들은 어떤 식으로라던지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는 씁슬한 내용이었다.


우리도 위장명함(?)의 역사가 깊다. 불법하도급을 피하려는 “을(대기업)”의 수십년된 관행이다. 단지 북한 파견개발자들의 명함이 좀 더 글로벌할 뿐 이다(이건 부럽..).


가끔 개발자 문화의 인사이트, 워라벨 넘치는 개발자 등등으로 [개구라 왕눈이]들의 혹세무민하는 SNS 포스팅을 볼 마다 [텍사스 전기톱님의 용안]을 댓글로 포스팅하며 결사항쟁의 의지를 보이고 싶은 욕망이 들 때도 있다. 여하튼, 해커톤과 무관하게 밤샘은 1년에 몇 번씩 한다. 오늘도 개발자 습성으로 인해 밤을 세어버렸다. 이것이 27년차 개발자의 일상이다.  돈을 이렇게 벌었어야 했는 데라는 생각을 하며 투명해진 검푸른 하늘아래 이름 모를 새의 갱스터랩을 들으며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도 강남역으로 향하는 저 차들은 무슨이유인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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