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ntage appMaker Aug 17. 2023

개발자가 박물관을 찾는 이유

개발자의 생각 #75

박물관, 전시회를 찾는 이유는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과정을 보기 위해서이다. 창작이라고 말하면 대단해지지만 “기획, 일정, 개발, 검수”라는 분야로 인수분해를 하는 순간, 창작의 영역도 소프트웨어 개발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에자일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예술쪽에서 적용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역발상까지 생기기도 한다(실제로 예술가나 장인들의 기록들을 보면 에자일한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을 때도 있다).


머리 속이 복잡하고 미션을 정리하지 못할 때마다 찾는 곳은 “박물관 또는 전시회”이다. 개발자라는 직업과 무관한 이곳을 애용한 지는 십수년이 넘는다. 누구의 말처럼 “인문학 개발자(?)”같은 마케팅 뿜뿜대는 헛소리는 아니다. 나름 이유가 있다. 예술분야의 창작과 소프트웨어 공학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 쪽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우리 집 안의 경우 환쟁이[미술전공자]가 8명이다) 나름 구상력에 대한 세미강의를 듣곤 했다. 듣다보면 “설계와 진행”이라는 맥락을 잡아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결과물이 “설계와 다름이 일상”임을 알게되었다. 그런 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맥락은 같다. 방법론이 다를 뿐이다.


최근들에 머리 속에 넘치는 기획을 정리하지 못해 미친 듯이 메모를 찍어냈다. 8~9월은 계절의 변화가 감지되는 시점이기에 머리 속이 평소와 달리 다양한 형태(정성적, 정량적)로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 이럴 때는 정성적 두뇌와 정량적 두뇌를 모두 만족시켜주어야 한다. 그 때 가장 좋은 방법이 “박물관 다녀오기”가 된다. 그래서 3군대의 박물관 또는 전시회를 다녀왔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휙 둘러보고 오면 된다. 단지 필받는 곳에 멈추고 “그 작가가 어떤 구상력과 방법론을 가지고 이 결과물을 내놓았을까"를 Reverse engineering 하면된다. 마치 오픈소스 구글링해서 찾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면 정성적 두뇌와 정량적 두뇌가 어느정도 안정을 가지게 된다.



중앙미술대전


가는 날이 장날이라 시상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순위권 작품을 감상하지 못했다.


너무나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즐거웠다. 수많은 작가들이 만든 다채로운 방법론과 결과물을 보면서 세상에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입상권에 들어간 작품들도 훌륭했지만 그 외의 작품들도 훌륭했다. 그 중에 원픽을 하라면  아래의 그림이었다. 

용작가님, 저는 님의 작품을 원픽으로 했어요. 개취(개인취향)저격입니다.

어찌보면 단순할 지도 모르는 그림이지만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색감, 질감, 구도”이므로 이 작가가 어떤 식으로 그렸을 지를 머리 속에서 정리를 하다보니 “복잡했던 머리가 편해졌다”. 프로그래밍에서는 따라할 수 있는 예제를 보며 공부할 때 느끼는 희열이 있다(이거 고치면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겠다).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만드는 것에 공감이 될 경우 느끼는 희열이 있다.  


국립 한글박물관


8.15 광복절이라서 한글 박물관에 간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가는 곳이다. 이곳에서 한글이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던 과정을 보게되면 “기술과 산업”이라는 대전제가 리마인드 된다. 지난 30년동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대단한 기술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었지만 결국 생존하는 것은 “시장이 원하는 기술”이었다. 나름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가지고 시장을 허접하다 비판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와 생각해보면 허접함은 나님이었지 시장이 아니었다. 한글도 시장의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생존했음을 “이 박물관의 전시물을 통해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상품 기획자라면 한 번쯤 들려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글은 국뽕이 아니라 개인취향으로 너무 좋아한다.



서울 남부미술관


최애 미술관 3위 안에 드는 곳이다. 상당히 미니멀한 미술관이지만 건물부터 예술이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엄청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졌던 작가들의 소품들을 전시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작가의 소품”이다. 개발자가 템빨이 중요하듯 아티스트 역시 도구가 매우 중요하다. 어느 분야나 아마추어들이 도구에 대해 샤머니즘에 가까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다양한 방법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혼자 상상”에서 “뇌피셜”을 구축하며 살게된다.


건물부터 보여주는 포스가 다르다.


어제도 이름모를 작가의 노트를 보면서 작가의 구상력과 Documentation 기법에 대해서 흥미롭게 감상을 했다. 60년대 작품에서 모던한 구상력을 보니 작가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되었다. 작가들에게는 노트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메모기법이 중요하다.


60년대 작가의 모던함에 존경을 표한다. 특히 작가의 노트취향이 마음에 든다.


머리 속 비우기


최근들어 넘쳐나는 생각들을 정리하다보니 예상대로 정성적 사고방식과 정량적 사고방식이 뒤엉켜 있었다. 이젠 이 메모를 정리해서 카타고리별로 레포지토리에 push를 하여 정리를 해보아야 겠다. 두뇌의 한계가 있기에 생각은 필요한 것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티함이 뿜뿜되는 것이 느껴진다. 좀 떠들면 어떠냐?라는생각을 해본다.
몇 달째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이는 하나도 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수익화, 플랫폼 시각은 왜 없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