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ntage appMaker Nov 10. 2022

개발자의 인맥

#개발자 생각 1

1.

어느 날 업계 후배들과 술을 먹다. 한마디 듣는다.


개발자 중에 형처럼 
인맥에 민감한 사람이 흔치 않아...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부정을 했지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개발자의 개인주의 및 Nerd(매니악 또는 덕후스러운)한 문화를 생각해보면 흔치 않은 성격이다.


왜 그럴까? 내가 개발자 성향이 아닌가?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26년 넘게 현업으로 꾸준히 활동했다. 그런 이유는 “기술”에 대한 “굶주림”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프로젝트의 산출물을 보며 "좀 더 생각해보았던 것을 공격적으로 시도해봤으면 좋았을 것을 이라는 욕망"을 느낄 때가 많다. 결과적으로 개발자 성향은 맞는 듯하다. 그러면 왜 개발자 성향에서 보기 힘든 “인맥”에 민감한 개발자가 되었을까? 아마도


사람의 능력은 동료로부터 나온다

라는 믿음이 강해서 그럴 것이다.


2.

자칭 뛰어나다고 말하고 주위에서 인정받았던 개발자들이 프로젝트를 망치는 것을 많이 경험했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내 식대로 하면 문제없다”라는 이기심으로 가득한 개발자의 발언권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는 물론 누군가 옆에서 도와줘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남을 비난하며 자기를 증명하려는 괴상한 버릇이 있다는 점이다.


누구 때문에 망친 것을 내가 했어! 라던지 내가 없으니까 뭐가 망했어!라는 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들 경우, 실제로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면 “요구사항과 동떨어지게” 일을 하거나 “안 되는 이유”에 집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프로젝트가 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천재는 누군가가 옆에서 정신적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고흐는 고갱, 마르크스는 앵겔스, 로뎅은 까미유 끌로델, 스티브 잡스는 워즈니악이 있었다. 그 조력자들이 없었다면 고흐, 마르크스, 로뎅, 스티브 잡스 같은 시대의 아이콘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세계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3.

내가 ‘인맥”에 집착하는 이유는 “좋은 개발자는 좋은 동료와 함께하는 사람”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남을 함부로 험담하는 사람도 멀리하게 된다.


30대 후반, 나름 경력과 실력에 자부심을 느끼고 살았을 때, 아버지에게 내가 했던 프로젝트와 집필했던 서적들을 열거하며 “아버지 아들이 그렇게 무능하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며 어설픈 영웅담을 피력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이런 말을 했었다. 


그래서 니 주위에 누가 있는데?
니 말을 들어보면
네가 제일 잘났는데
그럼 별로인 사람들 중에서
죄 금 더 잘했다는
결론이 나지 않냐?
그거 평균보다 못한 거 아니냐?

내게는 인생에 큰 교훈이 되었던 우리 집안 특유의 정 떨어지는 디스였다. 그렇지만 십수 년이 넘게 가훈처럼 가슴에 새기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