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형 개발자의 생각 #99
1.
몇 달간의 직무교육과정을 진행하다보면 “특강”을 넣어야 할 때가 생긴다. 아무래도 강도높은 OJT 교육을 받다보면 수강생들의 멘탈도 약해지고 수업의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PM 교육을 3개월차 진행하는 시점에서 특강을 진행했다(이미 커리큘럼에 있었다). 십 년 가까이 친하게 지낸 대표님을 모시고 와서 3시간 남짓 “인공지능 이론과 비지니스 기획” 관련 시간을 가졌다. 수업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포스텍 컴공에서 학부와 학사를 거치고 회사생활 또한 연구소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다루었던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공대 특화”된 화법과 멘탈을 가지고 계셔서 오프라인에서 만나 특훈(?)을 하며 수업에서는 반드시 “닝겐의 화법”을 쓰라고 강조했었다.
2.
놀랍게도 강의는 “만족도”가 높았다. 준비해온 자료는 요즘 말로 “문과형 닝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평이체와 지루한 포인트에서 분위기를 쇄신하는 “짤(meme)”이 조화롭게 섞여 있었다. 그리고 강의 퀄리티는 높은 수준이었다. 고전적인 심볼릭 AI와 뉴럴 네트웍스의 이론, 나아가 현재의 “확률형 AI(생성 AI)의 차이점" 등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개발자 사고방식과 현재의 Open AI의 정책 등등을 이야기 하며 지루함 없이 수강생들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라는 자문을 하면서 나또한 수강생의 입장으로 집중하며 경청했다.
3.
강의 도중에도 그랬지만 끝나고 나서도 질문이 쉴틈없이 나왔다. 특강을 진행한 대표님을 위해서라도 직무교육을 받는 PM(Project Manager)들의 질의를 컷을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비지니스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러다가 비지니스가 아닌 다른 영역의 질문이 하나 나왔다. “생성 AI를 넘어 범용 AI(인간의 추론능력)가 일상화 된다면 그들은 인간인가?”라는 대단히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특강을 진행한 대표께서는 깔끔하게 진화론을 설명하며 “인간을 넘어서는 다른 종의 탄생이지 인간은 아니다”라는 표현을 했다. 그러나 누군가 같은 질문을 내게 했을 때는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4.
”우리의 인간성이라는 것과 인공지능의 차이가 있나요?”라는 다분히 공격적인 말로 답변을 진행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인공지능”의 시작은 “역사를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말로 전해지는 전설과 달리 “글로 쓰여진 지능(사고방식)”은 배를 타고 대륙을 넘어가서 사람들의 두뇌에 injection(그들이 전파한 복음이 소스코드와 무엇이 다를까?)을 시도했고 지배했다. 바로 종교와 학문이 그런 역할을 했다.
5.
누군가의 작성된 코드(글)는 또 누군가에 의해서 수정/추가/삭제를 하게 되고 그것이 오픈소스화 되어 새로운 지성으로 업그레이드 되어갔다. 그것이 인류의 역사이자 문화이자 인간성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자아”는 누군가 만들어놓은 소스코드의 조합일 뿐이며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누군가 만들어놓은 자아(Object, Function)”에 인자가 들어온 반응일 뿐이라는 다소 과격한 말을 했다. 일 예로 다음을 제시했다.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국가의 사람들을 좋아하거나 증오한다. 그리고 먹어보지도 못한 고기를 더러운 것이라고 금지하는 종교도 있다. 이것은 내가 아닌 누군가의 코드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고유한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6.
언젠가 누군가 내게 그랬다. “당신은 다크하고 디스토피아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크와 디스토피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세상의 종말이고 그것은 또다른 세상의 시작을 뜻하기도 하다. 어쩌면 현재의 종말을 인정하는 것이 진보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가끔 헤일로 세계관에서 인류의 편이였던 코타나가 흑화되어 인류를 변화시키려 했던 말을 기억해 낼 때가 있다.
Good bye Jh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