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간, 디지털 전환이라는 타이틀로 "업무 자동화", "생성 AI"에 대한 과제(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니 사고방식이 너무 Digital Transformation 된 듯하다. 결과적으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유연하지 못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1.
메모지에 그림 그리는 것이 불편한 것을 보면 몇 달간 그림에 관심이 없었던 듯 하다.
그런 의미로 며칠 전 부터, 아날로그 사고방식에 집중하기로 했다. 노트북보다는 필기구와 노트와 테블릿을 들고 이동하는 시간이 의도적으로 많아졌다. 오늘은 해결못한 문제점들을 메모지에 적고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Cafe 창밖을 바라보니 야외 테라스에 빗물이 흐른 것을 볼 수 있었다. FM 93.1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세상을 그 동안 잊고 살았다.
“소리의 진동이 빗물을 그린다.”
소리와 그림이 어울리는 풍경이다.
2.
Project Management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Tool과 방법론"에 대한 강한 믿음감이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임을 망각하게 된다.
“몰입하다보면 편향되고 편향하다보면 놓치게된다.” 평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다보니 정기적으로 사고방식을 바꾸는 연습을 하게된다. 지난 5개월 가량 업무집중에 방점을 두다보니 “사람의 감정”은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할 일과 방법과 효율과 문제해결에만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외모에서부터 시니컬과 까칠함은 숨길 수 없었다. 단지 괴랄한 유머가 상대의 불편함을 누그러트렸을 뿐, 몇 달간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3.
생각이 많은 것은 정리가 안된다는 반증이다.
지난 몇달 간의 결과를 정리(오답노트)하기 위해 일부러 종이 한 장에 그리기를 반복했다. 수많은 넘사벽의 SaaS 프로그램(Notion, Excalidraw, …)이 노트와 기획을 도와주는 세상이지만 핵심은 한 줄이어야 하고 리스트는 4개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메모지 한 장과 펜이라는 도구는 본질로 가기위한 최적의 도구로 확신한다.
14년 전 One Page Proposal이 업계 지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겉만 화려한 ppt로 알 듯 모를 듯 화려한 인사이트를 뿜어대는 회의에 지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간을 뺏고 무의미한 결과가 난무하는 헬게이트 회의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OPP의 목적이었다.
그런 여파에서인지 지금은 아젠다없는 미팅에 표정관리 하지않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에자일이라는 미명 하에 학습없이 미팅에 참여하면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틀리고 다를 수는 있지만, 시간낭비는 습관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에자일이 철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일갈하는 말은 "철학이전에 지켜야할 것은 시간과 합리이다"라는 말을 해준다. 그럴 듯한 말 속에 숨겨진 무책임을 싫어하는 편이다.
4.
동물과 사람의 차이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배려는 숫자나 논리가 아닌 곳에서 나왔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 정량과 정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은 “몰입을 멈추고 잠깐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리고 그 방향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배우며 진화한다. 생성 AI도 RLHF(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를 통해서 진화한다. 그런 점이 서로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