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생각 #20
엔지니어가 강사가 되거나
컨설턴트가 되는 것은
흔한 테크트리이다.
모든 엔지니어가 강사나 컨설턴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정도 연차가 쌓이고 [평판조회]가 가능해지면 기회가 온다. 물론 전제가 있다. 외부활동이 많았던 엔지니어가 월등히 유리하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검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사나 컨설턴트를 잘 한다고 엔지니어 스킬이 동급으로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엔지니어 스킬이 좋다고 강사나 컨설턴트 능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둘은 같은 내용의 다른 스킬을 필요로 하는 업종이다.
오래 전부터 지인들이 간간히 물어보는 것이 있었다.
어떻게 책도 쓰고
강의도 하고 컨설팅도 한거야?
뭘 해야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럴 때마다 머리 속에 있는 간단한 대답을 했다.
즈그들이 하라고 연락오던데?
느그도 잘하면 오지않을까?
이런 답변을 하면 대부분 "너한테 물어본 내가 미친 O이지"라는 반응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상황을 명쾌히 말해준 것 뿐인데 말이다. 출판, 강의, 컨설팅 모두 내 의지라기 보다는 살다보니 어떻게 된 것이다.
그래도 뭔가 예의없는 대답같아서 언젠가는 개발자(엔지니어)가 강사나 컨설턴트로 테크트리 타는 방법을 정리하고자 했다.
1. 강의가 시작되기까지
내가 아는 것을 꾸준히 공유했다.
기술 커뮤니티에 쓰다보니 데이터가 쌓였고 쌓이다보니 검색에 노출이 되었다. 초창기 책을 쓴 시점인 90년대에는 정보공유가 흔치않았을 뿐더러 공유가되면 파급효과는 컸다. 그렇다고 지금이라고 다르지는 않다. "가치있는 내용'이라면 어디선가 연락은 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치있는 컨텐츠"와 "꾸준함"이라는 것이다.
나머지는 운명에 맞기면 된다.
나의 경우는 꾸준히 써왔던 Tech 포스팅과 십수년 전 썼던 책들, 그리고 무엇보다 Android App 퍼블리셔(Vintage appMaker)로 활동한 이력이 검색노출되었기에 몇 군데 강의업체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2. 강의가 주는 인생의 기회
나의 주된 고객이었던 "Fastcampus"와는
2015~2019년까지 꾸준히 관계를 이어갔다.
여기서 업체를 언급하는 이유는 "업체의 성장이 강사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초기 Fastcampus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뭐야? 여기는?"이라며 주위 인맥을 총동원해서 성분조사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한 후배가 한 말이 결정적이게 되었다.
"형, 개네들 유니콘이야... 초기진입하면 나쁠 것 없어"
그 학교 동문들에게 물어보아도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었는데, 스타트업 생태계에 정통한 다른 후배의 말대로 7년이 지난 지금은 그 회사는 국내 최대규모의 강의 플랫폼 회사가 되어 있다. 그 덕분에 몇 년간 그 업체와 같이 한 이력으로 파생된 기회와 습득한 기술은 매우 값진 결과였다.
- 브랜드 마케팅이 되었다.
- 고객이 알아서 검색하고 찾아왔다(전문가 인맥풀은 어느업종이던지 좁다).
- 강의를 통해 마케팅 기술을 체화했다.
- 수강생들의 퀄리티가 높기에 개발외주 비지니스가 발생했다.
- 타업종(강의 플랫폼)의 업무와 협업을 배우게 되었다.
3. 개발자 누구나 얻게되는 패시브 스킬(passive skill)
10년이상 경력있는 개발자는 자신이 모르는 패시브 스킬을 얻게 된다. 바로 컨설팅 영역이다. 왠만한 개발자라면 지인들이 요청하는 컨설팅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거 어떻게 만들어? 뭐가 필요해? 얼마나 들어갈까?"
이런 말을 100번 이상 응대해주다보면 나도 모르게 컨설턴트의 능력이 체화되게 된다. 마치 소림사에 들어가 5년동안 솥뚜껑만 닦었더니 다른 문파의 공격을 방어하는 기술을 나도 모르게 체화한 것 처럼 말이다.
이런 컨설턴트의 기회는 "강사"가 되는 기회보다 더 많은 확률로 찾아올 수 있다. 강사보다는 경쟁력이 덜한 상태에서 노력한 만큼 될 수 있는 것이 컨설턴트이기 때문이다.
4. 컨설턴트가 주는 인생의 기회
컨설턴트를 하면 컨설팅을 요청한 사람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된다. 컨설팅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에 들어가 같이 문제점을 찾아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대로 된 컨설팅은
일방적인 지식전달이 아닌
1+1의 효과를 얻게된다.
(서로가 배운다)
그런 점에서 개발자라면 컨설팅을 경험하길 적극추천한다. 특히 정부과제 컨설턴트로 등록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아니니 시간날 때 등록하기를 강권한다. 구글님에게 질문하면 정부기관에서 배포하는 문서를 찾을 수 있다.
참고로 나같은 경우는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컨설턴트를 찾다가 내게 연락이 와서 시작을 했다. 그렇다고 유리한 것은 전혀없다. 어차피 기관과 컨설턴트의 관계는 일을 하면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컨설턴트는 기본적으로 감투가 아닌 알바생이다. 자신의 업무지식을 기반으로 요청한 것을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 필요한 것은 "자세와 인성"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