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리뷰
50대 후반으로 들어서는 시점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나이가 생각을 멈추게 하는 것일까? 생각이 나이를 늙게 만드는 것일까?
명확하게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힘든 시절이 되었다.
편견은 자연현상이다. 편견없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편견은 사고의 틀]이며 그 틀안에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뿐이다. 인간의 사고는 지역, 역사, 삶의 수준, 교육등으로 인해 형성된다. 이것이 바로 편견의 시작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편견도 변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편견이 나쁘다고 말하지만 편견없는 사고방식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결과적으로 편견은 [검증할 수는 있어도 제거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편견을 버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각자가 구축한 사고방식의 체계는 [Software Programming의 프레임웍]과 같은 존재이기에 쉽게 버리거나 수정할 수 없다. 생각의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86세 아버지와의 대화는 언제나 긴장감이 맴돈다. 생각해보니 56세의 아버지와 대화에서도 긴장감은 지금과 비슷했다. 부모자식간의 대화라고 보기에는 너무 차갑고 건조한 대화들이었지만 사회 선후배 간의 대화로 보기에는 매우 유익한 내용들이 많았다. 인생의 선배로써 후배에게 무엇인가를 훈육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선배, 후배라는 명칭이 존재하긴 하지만 “주제”를 가지고 “본질”이 무엇이고 “서로의 시각”을 검증하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대화형식은 변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의 큰 차이점은 하나이다.
”편견”
아버지는 [편견을 멀리]하여 인간성(감성)을 중요시 한다.
나는 [편견을 활용]하며 생산성(논리)을 중요시 한다.
아버지는 오디오 매니아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와 대화의 50% 이상은 음향과 HIFI, 그리고 음악들이다. 최근들어 아버지가 차이파이에 빠지셨다. 평생 오디오에 심취했던 분이시라면 “격”에 대한 편견이 있을 터인데 극찬을 하셨다. 일단 재미있는 기기라고 말씀하시면서 몇몇 유튜버들의 동영상을 보여주고 본인이 청담동 매장까지 가셔서 듣고 오신 소감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Wiim이른 업체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보라고 하셨다.
WiiM | Redefining Home Audio: Affordable, Innovative, Hi-Res Sound
그 때 내가 한 말은 부정적이었다. 차이파이같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시대유행에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80대 중반 아버지는
너는 좀 편견을 버리는 습관을 가져야 겠어, 기술자라면 특히 더 레거시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해
라고 말씀하시며 오디오가 어떻게 혁신을 이루어 나가지는 지에 대한 생각을 짧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최근에 구매한 서적을 보여주시면서 “너도 나중에 한 번 읽어봐라”라고 추천을 해주셨다. 아버지와 나는 서적구매에 관련되서는 공통점이 있는 데, [알라딘] 애용자라는 점이다. 특히 나는 중고서점만 돌아다니면서 구매하는 취미가 있다. 새 책은 특별한 의미(지인 집필, 구매방법이 유일)를 두지 않는다면 애호하지 않는 편이다.
아버지가 몇 년 전부터 츠타야 서점을 언급하셨다. 츠타야 서점의 비지니스 철학과 역사를 말하면서 우리나라도 저런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많은 부분에 공감을 했다. 그리고 몇 몇 출판사에게 저런 비지니스(출판사의 발전방향)로 대화했던 적도 있다. 츠타야 서점이 저렇게 리뉴얼 된 것은 몇 년 안된다. 그 전까지는 조그마한 서점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책에서 복합문화 공간으로 진화했고 그 다음은 아마도 라이프 스타일 창조가 아닐까 한다.
아버지는 일본건축물에 대한 애호가 강한편인데 구마겐고 같은 건축가(프리츠커 상을 탔나? 모르겠다)도 좋아하지만 마스다 무네아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가 십 수 년전에 동문들 중 지자체장을 하는 친구에게 “공간활용 비지니스”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고 한다. 그 때 아버지 친구가 싸늘하게 대한 것을 가지고 “편견”이 심하다고 말씀을 하시길래 한 마디 했다.
아버지, 지자체도 평가를 받는데 단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없다면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지인들 말듣고 과제를 시작하는 것이라면 그게 “감사대상”이 되는 것이고요. 명확한 근거 데이터인 페이퍼가 존재하지 않고 말로 하는 사업은 없어요 (속으로는 최근 시추탐사로 스타가 된 1인기업이 생각났다)
그러자 한 마디 하셨다.
지자체에서 버려진 학교나 공장같은 버려진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뭘 투자받고 새로만들고 하는 것이 아닌데, 성과 때문에 시작하지 않는 것은 무능한 것이지..
나이가 들어가며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호기심과 집착이 강해지고 있다. 생각이 사람을 만들고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생각은 생산성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비효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주위사람들은 여행을 가라고 말을 한다. 특히 아버지가 같이 도쿄에 가자고 몇 번을 이야기 했지만 고사시켰다. 일단, 먹고 살기 힘들고 내가 부재한 상황에서 일어날 일들이 감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설명드리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알고 계신다. 그리고 마지막 거절을 했을 때 한 마디 하셨다.
너 나이까지는 아끼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멀리보고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해. 타츠야 서점과 다이칸 야마를 돌아다니다보면 너도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의 전환을 가질 수 있다.
이러면서 한 마디 말을 덧붙이셨다.
환갑 전에 다 벌어야 해, 너 얼마 안남았잖아?
이를 통해, 평생 투자자로 살아오신 아버지는 평생 기술노동자로 살아온 아들이 “불안해 보인다”라는 결론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