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생각 #5
오디오 쟁이들의 최종 정착지는 "라디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의 뜻은 "본질이 중요하다"라는 것이지. 본질은 음악이야
그런데, 그런 생각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져.
오디오를 좋아했던 처음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음악보다 소리"에 집중하지 그래서 또 모으게 된다.
그러니 정답은 없는 것이지
마크 래빈슨을 호시탐탐 노리는 아들을 보며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오디오는 매력적인 취미 중에 하나이다. Tech와 감성이 공존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정량적인 메카닉에 집착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정성적인 근거로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한다. 똑똑한 듯, 멍청한 듯 이런 것이 뒤섞여있지만 기품을 잃지 않는 취미가 오디오이다. 단점이 하나 있다면 너무 집착했다간 집 안이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
아버지가 오디오에 진심이셨던지라 집 안에 2000장이 넘는 LP와 각종 오디오 장비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것을 보고 자란지라 게임기를 다루듯, 오디오 장비를 만지며 80년대 청소년기를 살았다. 아버지가 저녁에 “쿨 재즈”를 듣기 위해 소중히 파워를 켰던 오디오 셋은 오후 한 낮이 되면 “디오, 아이언 메이든, 오지 오스본, 머트리 크루”에 영혼을 바치겠다는 10대 아들에 의해 참혹한 혹사를 당하곤 했다.
기술은 시대 감성에 따라 변한다.
지금은 오디오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오디오를 좋아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머릿속에 나는 “오디오 마니아가 아니다”라는 세뇌를 한 지 수십 년이 되어간다. 그렇지만 아버지에게 오디오를 물어보며 [기술과 감성]에 대한 논쟁을 할 때가 가끔 있다.
주로 엠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말 진공관 앰프가 좋다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인데 정성적인 성향의 아버지와 정량적인 성향인 나에게는 [뫼비우스의 띄] 같은 화제이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뿐 결론은 없다.
어떤 음악을 듣는가?
어떤 사람이 듣는가?
어떤 장소에서 듣는가?
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뿐이다.
단지, 시장에서 가치는 아직까지도 건재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프로그래밍 기술도 시대 감성이 존재한다.
모든 것이 정량적이고 감성 따위는 없을 것 같은 프로그래밍 세계에서도 “감성”은 존재한다.
비개발자나 아직 경험이 적은 개발자들에게는 이런 말이 와닿을 리가 없겠지만, 프로그래밍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라 “기술 감성” 또는 “정성적 사고방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주로 “어떤 방법이 효율적인 프로그래밍 방법”인가에 대한 화두인데 이것은 정답이 없는 주제이다. 시간, 환경,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방법론 외에도 연차, 업무, 회사 제품에 따라 프로그래밍 언어도 다르게 선호한다.
수많은 방법론, 프레임웍, 개발도구와 언어가 존재하지만 결국은 만드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연차가 늘어가면서 깨닫게 된다. 기술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사람이 기술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렇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가다 보면 “사람”보다는 “기술’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오디오 마니아들이 소리에 집착하다가 음악으로 돌아가고 음악에서 또 소리로 돌아가 듯 말이다.
개발자는 본질적으로
기술에 환호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