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대학'에 대해 요즘 드는 생각

진정한 대학생다움에 대하여

by 아득

또 하나의 공간 이야기다.

도시의 거리들이 사람을 끌어모으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면,
대학이라는 공간도 오래전부터 변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은 유행이나 콘텐츠의 변화가 아니라,
훨씬 본질적인 차원의 이야기다.


대학은 자유가 있는 공간이었다.

간섭 없이 사유하고 논쟁하며, 실패를 통해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는 곳.

누군가의 정답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답을 만들어가는 실험장이었다.

그곳에 머무는 이들은 아직 세상을 다 알지 못했기에 겸손했고,
그래서 배움은 자유로웠다.


지금의 대학은 기능만 남았다.

이제 대학은, 그 자유를 잃어버린 채 기능만 남았다.

사회는 대학에 ‘인재 양성’을 요구하고,
대학은 그 요구에 순응하며 ‘취업률’로 스스로를 증명한다.

학생들은 더 이상 대학에서 머문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그들은 대학을 통과지점으로 여긴다.
더군다나 빨리 지나가야만 하는 경로로 말이다.


청년에게 책임만 남았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설계된 구조 안에서
청년들에게 책임만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 안에서 실패했다면,
그건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라는 프레임.

‘요즘 애들은 열정이 없다’는 말은
이제 거의 일종의 의식처럼 소비된다.


자유 없는 책임은 공허하다.

하지만 생각해봐야 한다.
책임은 선택 가능성 위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책임을 요구하려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어디에 머무를지, 무엇을 탐구할지를 정할 수 없는 공간에서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는 건 공정하지 않다.

취업이 되지 않는 학과를 기피하는 것을 비난하기 어렵단 말이다.


대학은 다시 사유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지금 대학에 필요한 건 새로운 정체성보다,
잃어버린 역할의 회복이다.

지식과 사유에 대한 존중,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은 누군가의 온정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스스로 보장되어야 할 조건이다.

그때야 비로소 책임이라는 말도 정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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