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하지만 늘 잃어버리는 것에 대하여
사실 우산은 참 애매한 물건이다.
없으면 안 되지만, 있으면 귀찮다.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싫고, 두고 나오면 곧장 또 사게 된다.
편의점에서 3천 원짜리 우산을 몇 번이나 샀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런 우산이 비 오는 날의 귀찮음을 더한다.
단순히 하늘에서 물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걸 막기 위해 우산을 챙기고 들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
비 오는 날을 더 번거롭게 만든다.
젖지 않기 위해 온종일 뭔가를 들어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피로다.
애초에 그 우산이 예쁘지도 않고, 튼튼하지도 않다.
심지어 어디 뒀는지도 모르겠는데, 언제부턴가 사라져 있다.
남의 우산을 잘못 들고나간 사람도 있을 거고,
그냥 내가 아무 데나 두고 나와 잃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재밌는 건, 이렇게 자주 쓰는 물건인데도
우산을 내 물건이라고 인식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거다.
신발, 컵, 이어폰, 심지어 손톱깎이보다도 존재감이 없다.
그냥 비 올 때 쓰는 도구일 뿐.
가장 개인화되지 않은 개인 물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우산을 참 쉽게 대한다.
쉽게 사고, 쉽게 잃고, 쉽게 잊는다.
그걸 생각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삶에도 그런 것들이 많은 건 아닐까?
크게 티 나지 않지만, 없으면 불편한 관계들.
늘 곁에 있지만, 자주 무시되는 감정들.
소중함을 잘 몰라서 애써 챙기지 않게 되는 일상들.
우산은 그런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늘 있었고, 늘 필요했지만,
한 번쯤은 어디다 뒀는지조차 기억 못 한 채 살아가는 것들.
그냥 가방에 우산 하나 넣고 다니면
생각보다 마음이 든든할 때가 있다.
그건 단순히 비 때문이 아니라,
불안한 순간에 나를 지켜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산을 챙기는 건 사소한 일이지만,
그 안에는 나를 보호하려는 태도가 숨어 있다.
소중한 건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없으면 곤란한 것.
그게 바로 소중한 것 아닐까.
비 오는 날이 괜히 싫은 건
우산을 챙기고, 들고, 또 잃어버릴까 신경 써야 하는
그 일련의 과정을 알기 때문이다.
꼭 필요하지만, 늘 잊히는 것들.
우리 주변엔 생각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