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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ssie Sep 18. 2017

성인ADHD+우울증 치료기1

2017. 06. 15











인류학적 계보를 따져보면
ADHD는 그 옛날 수렵과 채집 시대
추장의 후손이라 한다.

추장은 
적의 위협으로부터
부족원의 생명을 지키고
부족을 번영케하고자
주변을 두루 살펴야했다.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러나 시간이 흘러흘러
현대 사회에서 이 능력은,
특히 상명하복의 정서가 짙은
한국사회에서는,
'산만함', '과민함', '충동적임' 등으로 전락한다

종종 주변으로부터
산만하거나 정신없다는 얘기를 듣고
지금 당장 주어진 과제보다는 
다른 것에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탓에
대다수의 다른 친구들은 그런대로
해나가는 것들을
제대로 마무리짓기 어려워하며
이 행동 자체가 '부주의함'으로 평가되면서

이제 스스로조차도 자신을
늘 어딘가 모자라거나
특이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종류의 마음의병, 
우울증이나 불안, 강박장애 
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덤으로 따라오곤 한다.

내 경우에도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병증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되나 감사하게도
가족들과 선배님들, 친구들의 도움으로
현재는 ADHD와 가벼운 우울증, 정도만 겪고있다.

그리고, 이거슨 첫 처방 이후로 10일간 약
(메칠페니데이트계열의 페로스핀정)
을 복용하고 (아침 식사 직후 하루 1회 한알) 
6일간 일로 병원 갈 시간이 안되어
약을 처방받지못한 채 일상생활,을 했던 기록.


약복용 첫 10일간

끊임없이 들려오던 
내면의 소음이 사라지고 
정신이 또렷해짐

ADHD가없는 이들은 평소에도
이렇게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는구나
잠깐 부러워하다가 현실직시,
'나에겐 약발이 떨어지기전까지의
1분 1초가 소중하다'
미뤄오던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짓기 시작,
급한 불을 끄고 나자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하루하루 실천해나감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ADHD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다더니...
실화였음 ㅜㅡㅜ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언제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린

틈만나면 떠올라 괴롭히던
과거의 실수들 그리고
뒤이어 떠오르던 '죽고싶다'는 생각,
스스로를 향한 저주의 말들

죄책감과 수치심.

이후로도 하루에 끽해야 한두번?떠오름

하루하루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감사하게됨.

하지만 좋은 점만 있었던건 아니다.



약 끊고 6일

약이 떨어지기 이틀전부터 
굉장히 두려워지기 시작

당장 출근하면 또 실수할텐데...
과거 직장에서, 학교에서 저질렀던 실수들이
줄줄이 떠오르며 생각한다,

찾아오는 무력감. 우울감.

그리고 다시
자살을 틈만나면 생각하기 시작
(하지만 알고있지
나는 겁나서 마포대교는 절대 못감ㅋㅋㅋ)

내가 잘못을 했다한들
누구도 내가 자책을 하며
괴로워하길 바라지않는다는 걸 알기에 
더 괴롭다!

아 그만좀 괴롭고싶다 하던차에
오늘 하나의 요령이 생겼는데

내가 아주 어릴 때,
ADHD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알았다면, 분명 그런 식으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 자기 확신?

ADHD임을 알게되고 
주변의 소중한 이들을 대하는 
내 변화가 주는 자기 확신.

나도 많이 아팠구나,
스스로를 용서하기로 했다.

이후론 잘 떠오르지도 않고
떠오른다해도
그럴수있지~! 하게된다.

요는,
6일간 약없이 살아보니
약에만 의존하면 안되겠다는 거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는 날이나
일이 몸에 익기 전에는 먹더라도
주말이라던가 노는 날엔
굳이 안 먹어도 괜찮단 거,

감정코칭 등 비약물적인 치료도
시작해야겠단 거!

엄마말대루
해오던 일이야
약이 없어도 더없이 잘해냈으니깡 :)







+

약먹으면서 식욕이 현저히 떨어진 건
솔직히 부작용이라고만은 할 수 없으므로
따로 남겨본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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