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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쭉이 아빠 Apr 18. 2022

30kg 빼고 바디프로필까지,
"아빠, 희망이 되다"

[40대 아빠살이] 살 빼고 인생 바뀐 마흔넷 아빠 박동일 씨 이야기

98kg... 97kg


헬스장 체중계 숫자가 오르락내리락하더니 97kg에서 멈췄다. 그때 나이 마흔둘. 다 큰 어른이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희열감에 눈물을 흘렸다. 


"러닝머신에서 걷기 운동을 하고 체중을 쟀는데 1kg이 줄었더라고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어요. 오로지 나를 위한 노력으로 이룬 성과라 더 좋았고요. 그때가 운동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는데, 만약 몸무게 변화가 없었다면 운동을 접었을 것 같아요."


그는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했다. 그래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비만의 굴레'에서 탈출하기로 결단한 마흔넷 아빠 박동일 씨의 이야기다. 

마흔넷 아빠 박동일 씨가 헬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철쭉이 아빠

◇ "잊을 수 없는 날짜 2019년 4월 7일"

그는 원래 마른 체질이었다. 군 제대 후 1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몸무게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결혼 초기에는 90kg을 넘어섰다. 매년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결과는 참담했다. 각종 성인병을 복합적으로 나타내는 대사증후군 수치가 항상 최악을 가리켰다. 그때마다 술을 줄이고 운동도 해야겠다 다짐했지만, 바쁜 회사 생활 탓에 얼마 못 가 잊어버리길 반복했다. 하지만 그날은 좀 달랐다.


"전 직장 후배들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을지로로 갔어요. 먼저 도착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건물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보게 됐어요. 등산복에 배는 불룩 나오고, 머리는 희끗희끗한, 제가 평소에 바라지 않던 전형적인 40대 아저씨더라고요. 그때 마침 후배 녀석이 도착했는데 대뜸 '형 왜 이렇게 아저씨가 다 됐어요? 배는 또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요?'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장난이었겠지만, 저보다 더 뚱뚱한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자존감이 크게 떨어졌어요. 심리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죠."

 

당시 그의 몸무게는 98kg을 찍고 허리둘레는 41인치까지 불어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술을 먹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곤 아내와 큰 아이 앞에서 "이제부터 건강하게 살 거니까 도와달라"라고 말했다.


"살 뺄 거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살만 뺀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원래 아이들 태어나기 전부터 건강하고 멋진 아빠가 되고 싶었거든요. 운동 열심히 해서 아이들과 함께 등산도 하고 자전거도 타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었어요."

운동을 하기 전 박동일 씨 모습. 외모에 대한 자존감이 낮았던 때라 사진 찍히는 걸 싫어했다. ⓒ박동일

◇ "나를 위해서 걸어보자"

당장 그날 저녁부터 인터넷을 뒤졌다. 건강하게 체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가장 이야기가 많이 나온 건 식단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부터 도시락 두 개를 직접 만들었다. 

"아침은 집에서 일반식을 먹고 회사에서 점심시간과 오후 5시에 도시락을 먹었어요. 그 이후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요. 소위 말하는 간헐적 단식이죠. 식단 메뉴는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다시마, 그리고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라고 해서 햇반을 4등분 해서 끼니마다 두 개씩 먹었어요."


운동도 병행했다. 워낙 고도 비만이라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해서 걷기부터 시작했다. 평소에 운동은 일절 하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20분도 힘들었다. 조금 움직여도 땀이 많이 나고 불룩한 배도 거북했다. 하지만 조금씩 수월해지는 게 느껴졌다.


"회사가 서울역 근처에 있어서 점심때 서울로를 왕복했어요. 거리로 따지면 4.8km죠. 4월 말부터는 퇴근 후 회사 헬스장에서 1시간 반 동안 러닝머신을 걸었습니다."


살 빼는 게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외부적인 요인도 마찬가지다. 그는 회사 동료들에게 도와달라 부탁했다.


"이번 한 번만 도와달라고 했어요. 3개월만 해보고 아니면 다시 술 사주겠다고 말했죠. 처음에는 후배들이 '형이 저런 사람이 아닌데, 5시만 되면 메신저로 술 마시러 가자고 말하던 사람인데'라며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매일 도시락 싸 다니고 열심히 걷는 모습을 보더니 결국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회사 동료들이 그를 도와주는 방법은 특별할 게 없었다. 그저 술자리 적게 만들고 점심시간에 도시락 맛있게 먹으라고 말해주는 정도다. 사소한 것 같지만 그는 그런 배려가 목표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3개월 만에 16kg 감량"

그는 4월 7일부터 7월 3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식단을 유지하며 꾸준히 걸었다. 그 결과 체중이 98kg에서 82kg으로 줄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16kg을 감량한 것이다. 걷는 거리로만 따지면 하루에 11km~12km 정도 걸었던 것이다. 가끔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가기도 했는데 그런 날은 10km가 추가됐다. 그는 그때 집으로 걸어가며 본 풍경들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집까지 꼬박 3시간 30분이 걸렸어요. 특히 한강철교를 걸을 때마다 강바람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야경도 아름다웠고요. 예전에 차 타고 다닐 때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이죠. 덕분에 집까지 즐겁게 걸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대부분의 40대 아빠들처럼 결혼 후 가족과 회사를 위해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나'의 건강이나 꿈은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뒤로 밀려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번 도전은 자신을 위한 도전이다. 그래서 더 뜻깊었다.


"나를 위해서 걸어보자, 뭔가 해보자. 지금까지 가족들을 위해 살았는데, 오로지 이 시간만큼은 나에게 투자를 해보자고 다짐하며 걸었어요. 그리고 걸으면서 긍정적인, 즐거운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제가 살 빼고 건강해져서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 같은 거요."


◇ "그때는... 이러다 잘못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가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도 평생 운동의 '운'자도 모르던 사람이다. 하루아침에 바꾼 식단과 운동 습관을 유지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조금의 허용이나 흐트러짐에도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다.

 

"사실 저는 사람 만나길 좋아해요. 그런데 식단 관리하면서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못 하니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주변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괜찮지 않아?'라고 말할 때도 단칼에 거절했어요. 단 한 번으로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는 마음을 모질게 먹을수록 회사 동료들로부터 소외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혼자 도시락을 먹고, 담배도 끊고, 술자리도 안 가니 사람들과 커피 한 잔을 마셔도 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왕따 아닌 왕따가 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살을 빼도 직장 생활은 계속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이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항상 사회생활이 첫 번째였는데 우선순위가 '나'로 바뀌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자꾸 신경이 쓰였어요. 


그는 사람도, 술도, 담배도 끊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음식이라고 털어놨다. 


"오후 5시에 밥을 먹고 나면 저녁까지 먹질 못하니까 배가 고파서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 밤 10시쯤 야식 시간이 되면 정말 참기 힘들더라고요. 그 당시도 약간의 당뇨가 있었는데 식단 관리하면서 당이 떨어지다 보니, 몸이 무기력해지면서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이 잦아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몸이 적응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그때는 내 몸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러다 잘못되는 건 아닐까 싶었죠." 

박동일 씨는 바디프로필을 위해 주 3회 피티를 했다. 운동을 쉬는 화, 목요일에는 유산소 운동을 했다. 토요일은 아이들과 등산을 가거나 운동장을 뛰었다. ⓒ철쭉이 아빠

◇ "포기를 포기한 방법"

그는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체중계 위에서 확인할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감을 느꼈다.


"러닝머신을 마치고 체중계에 올라가면 어제보다 600g이 빠져있어요. 정말 기분이 좋아요. 이건 말로 형용할 수가 없어요. 하하. 그런 기쁨들을 이틀에 한 번, 빠르게는 하루에도 한 번씩 느꼈어요. 분명 어제만 해도 90kg 대 초반이었는데 갑자기 앞자리 숫자가 8이 되면 굉장한 희열을 느끼는 거죠. 어쩌면 그 희열감 때문에 포기를 포기한 것 같습니다."


그가 운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준 건 주변 사람들의 응원도 한몫했다. 특히 가족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만둘 수 없었다.


"한 번씩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올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아내가 '잘하고 있지? 잘하리라 믿어!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 보여주는 당신이 참 좋아.'라는 문자를 보내줬어요. 그래서  이 악물고 이겨냈어요."

 

그에게 체중 감량은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아빠로서 성공하는 모습이다. 사실, 젊은 시절부터 건강하고 멋진 아빠가 되는 게 그의 꿈이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얽매여 살다 보니 그런 생각들을 잊고 살아왔다.


"가족사진도 아이들에게 추억이 되는 순간인데, 매번 내가 찍어주기만 했지 함께 찍진 않았어요.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살찐 내 모습을 마주하기 싫었던 거예요. 그래서 아빠 없는 가족사진이 거의 대부분인데, 그때 생각하면 아내나 아이들에게 지금도 미안합니다."


◇ "바디프로필, 지금이 아니면 못해볼 것 같았어요"

처음부터 바디프로필을 위해 헬스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무조건 빼기만 하면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을 듣고 근력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2019년 7월쯤 곧바로 피티를 끊었다. 그동안 혼자서 걷고 뛰고 식단을 조절했던 그는 헬스장에서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운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그해 말쯤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관장님이 40대의 희망이 돼 달라시며 바디프로필을 제안하셨어요. '100일간의 약속,  정신승리'라는 헬스장 프로그램이 있는데, 기준에 도달하면 무료로 바디프로필을 찍어주거든요. 제가 운동에 더 매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시켜주신 거죠."


그는 평소에 헬스장 계단을 오르내리며 봤던 바디프로필 사진들을 떠올렸다. 예전의 그였다면 꿈도 못 꿀 멋진 몸들이 벽면에 가득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오로지 혼자 힘으로 16kg을 감량했다. 지금까지 해냈으니 조금만 더 하면 저기에 내 사진도 붙어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바디프로필을 찍으려면 100일 안에 체지방률을 10% 미만으로 만들어야 했어요. 일반인들의 평균 체지방이 20%인데 10% 미만이 되면 지방이 거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복근이 드러날 정도죠. 이곳 헬스장에서 바디프로필을 찍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이었어요. 프로필 찍을 당시에 40대는 제가 유일했고요."


마음을 굳힌 그는 가족들에게 바디프로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내는 지난 3개월 동안 남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던 탓인지 '이제 그만하면 됐다'라며 말렸다. 하지만 그는 꼭 하고 싶었다. 이만큼 노력해서 결과가 나왔으니 조금만 더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못해볼 것 같았다. 결국, 아내는 그를 말리지 못했다. 도전을 외치는 그의 눈빛이 너무 초롱초롱했기에.

아빠가 없는 가족사진. 11년 결혼생활 통 틀어 아빠가 나온 가족사진은 두 장 정도라고 한다. ⓒ박동일

◇ "체중 68kg, 체지방 9% 그리고 두 번째 눈물"

그의 바디프로필 도전은 2020년 1월 1일 시작됐다. 하지만 얄궂게도 바로 다음 달 코로나가 발병했다. 3월에는 집합 금지가 발령되면서 헬스장이 문을 닫았다. 게다가 회사도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다.


"코로나 때문에 헬스장을 못 가게 됐지만, 혼자 관악산을 오르거나 학교 운동장을 뛰었어요. 복근 운동도 하루에 1000개씩 꾸준히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운동한 것들은 영상으로 짧게 찍어서 관장님께 보냈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지도해 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그만두고 싶었어요."

 

그는 40대다. 그래서 영양분 흡수율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약속한 100일이 다가올 무렵, 지금쯤이면 체지방률이 11%~12%가 나와야 했는데 12%~13%가 나왔다. 그는 그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했다.


"체지방률 숫자를 볼 때마다 무너지길 반복했어요. 100일까지 며칠 안 남았는데 1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거든요. 다른 사람들과 운동과 식단을 똑같이 했는데 체지방률이 그대로여서 더 크게 좌절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한 게 너무 아깝고, 거의 고지가 다가왔으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 유산소 운동을 하고 아침, 저녁으로 인바디를 쟀다. 목표한 전날엔 체중 68g, 체지방률은 10.8%를 기록했다. 수치를 확인한 그는 좌절했다.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헬스장 관장이 목표 당일 한 번 더 재어 보자고 말했다.


"관장님이 체지방률은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며 내일 아침 일찍 재어 보자고 했어요. 그래서 목표한 날 아침 7시 30분에 헬스장에 갔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체지방률을 쟀는데, 9%가 나왔습니다."


수치를 확인한 순간, 그는 소리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98kg에서 1kg을 뺏을 때 흘렸던 눈물만큼 짜릿했다. 숫자 몇 개로 그동안 고생했던 게 물거품이 될까 봐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여 만에 총 30kg을 감량하고 바디프로필 사진까지 찍었다.


"3개월의 과정이 있었잖아요. 참아야 했던 것들, 해야만 했던 것들이 생각났어요. 체지방 9%를 찍은 그날의 감격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 "다른 사람이랑 사는 것 같아"

그는 건강해진 몸과 더불어 바디프로필로 얻게 된 또 다른 선물이 있다고 했다. 


"재택근무 때문에 온종일 집에 머물렀고, 코로나 때문에 헬스장도 못 갔어요. 바디프로필 준비를 하면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진 거죠. 신경이 예민해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되니까 오히려 아내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저녁에 아이들 재우고 나면 맥주 한 캔 나눠 마시면서 그날의 소소한 일들을 이야기했어요. 정말 사소한 이야기였는데 그동안 그것조차 왜 하지 못했을까 싶었어요.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알게 된 게 너무 많았어요. 저나 아내 혼자 오해하고 있던 것들도 자연스럽게 풀렸어요. 요즘은 아내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퇴근하고 동료들과 회식을 하는 날이면 새벽 1시나 되어서야 들어왔고, 주말에 여행을 가서도 아이들 보살피기 바빴다. 부부간에 대화는 거의 없었다. '점심 먹었니? 왔니? 오빠 좀 늦어, 애들 밥 먹었니?' 정도가 그가 기억하는 하루치 대화의 전부다. 따지고 보면 결혼생활 11년 동안 아내와 하루에 5분 정도 이야기한 셈이다. 아내는 결혼 내내 남편이 표현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바쁜 직장 생활, 관련된 문제들 그리고 떨어진 자존감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도 원하는 만큼 표현해 주지 못했다. 그런데 그가 운동을 시작하면서 아내가 힘들어하던 점들이 서서히 바뀌어 갔다. 


"운동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다른 사람이랑 사는 것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아마도 극적으로 바뀐 제 몸도 그렇지만, 제가 운동을 시작하면서 달라진 일상을 말하는 것 같았어요. 아내와 더 많이 대화하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으니까요. 예전의 저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죠."


그가 바디프로필 도전에 성공한 날 아내도 울었다. 많은 의미가 담긴 눈물일 것이다.

30kg 감량하고 바디프로필 찍은 40대 아빠 박동일 씨. 프로필 촬영 당시 체중은 68kg, 체지방률은 9%를 기록했다. ⓒ박동일

◇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현재 그는 당뇨, 혈압, 콜레스테롤, 지방간 수치가 모두 정상이 됐다. 그동안 싫어했던 쇼핑도 이제는 즐긴다. 피팅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하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이지만 예전에는 애써 피하거나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왜 이렇게 멋있어졌냐는 말도 듣는다. 그가 살면서 한 번도 듣지 못한 말이다. 이 모든 게 그가 노력해 얻은 결실이다.


그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이제는 뭘 해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아지니 삶에 활력이 넘쳤다. 예전에는 하루하루가 똑같았다. 목표 없이 회사와 집을 오기길 반복했다. 삶의 중심에 '박동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간을 빼서라도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 특히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가족과 직장 생활에 더 전념했다.


"제가 느끼는 여러 가지 변화를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렵네요. 단지 운동을 통해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감정들이 저를 즐겁고 활기차게 만드는 것 같아요. 운동 전에는 내가 아닌 가족, 직장, 사회적인 관계가 우선시되는 삶을 살았어요. 가장이자 아빠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조차도 힘들었는데, 잠깐만 버티면 훨씬 더 좋아지더라고요. 저는 버텨냈어요. 그래서 꼭 되고 싶었던 건강하고 멋진 아빠가 됐습니다. 다른 40대 아빠들도 할 수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알림] 이 글은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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