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샤모니 몽블랑(첫째날)
"6월 말까지만 회사 다니기로 했다. 유럽 여행 가자!!"
갑작스러운 친구의 연락에 알프스 중 손꼽히는 여행지인 몽블랑과 융프라우를 하이킹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출국 1달 전 서둘러 비행기표를 예약한 후 나몰라 휴가를 내버렸다^^
그렇게 11일간의 알프스 하이킹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의 시작
"나 유럽 처음 가니까 가능하면 많은 곳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짧은 여행기간 동안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친구의 바람이 이해가 갔지만, 몇 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여행지의 문화를 느끼지 못하고, 여행지의 자연을 들여다보지 못한 채 외모만 훑어본 여행은 뭔가 채우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한 채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두루두루 보다는..
깊이 들여다보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물론 모든 여행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공허함이 남는 아쉬움과 못내 채우지 못한 아쉬움 그리고 채워진 것을 좀 더 누리고 싶은 아쉬움은 각각 다른 느낌이다.
우린 수학여행 콘셉트로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없다는데 동의를 하고 여행 목적지를 알프스로 정했다.
그리고 알프스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알프스를 하이킹하기로 하고 몽블랑과 융프라우를 중심으로 하이킹 계획을 세웠다.
몽블랑의 도시 샤모니!
몽블랑을 먼저 여행한 뒤 융프라우를 여행하기로 하고 몽블랑이 있는 프랑스 샤모니로 가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 공항으로 향했다. 샤모니는 프랑스 도시지만 스위스 국경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서 차량을 이용해 들어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몽블랑은 만년필 회사인 줄만 알았는데..
유럽 최고봉이었다!
샤모니는 매년 4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관광지이다. 해발 1,000m 높이에 위치해 있는 데다 유럽 최고봉인 몽블랑이 있기에 특히 겨울이 되면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고 한다. 제1회 동계올림픽을 개최했을 정도로 유럽에선 동계스포츠의 메카 이기도하다. 아마도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한라산을 보유한 제주도와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인 평창을 합한 도시라고 하면 될듯하다.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이기에 접근성과 숙박시설은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제네바 공항에서 샤모니까지 이동하는 정기버스가 있고 그 외에 셔틀을 운영하는 회사도 여럿 있다. 셔틀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Door to Door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숙박을 예약한 경우 숙소에 연락해 숙소와 잘 연결되어 있는 셔틀 회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우린 숙소에서 추천해준 셔틀 회사(ALPY BUS)에 예약을 하고 홈페이지에서 안내해준 제네바 공항 ATM 기 근처로 가보니 3개의 셔틀 회사에서 각각 회사 안내판을 들고 예약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약한 시간이 되니 이름을 확인하고 바로 출발했다. 요금은 내려서 현금으로 계산한다.
제네바 공항에서 샤모니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긴 시간 비행 후 이동이지만 승합차임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불편하지 않고 간간이 나타나는 알프스의 암벽과 만년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
샤모니에서의 숙박
1시간 30분이 지나 셔틀은 우리를 'ALPENROSE' 앞에 내려줬다. 'ALPENROSE'는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이다. 게스트 하우스인만큼 저렴한 숙박비와 여행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배낭여행객이나 몽블랑을 등반하는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듯하다. 우리도 저렴한 숙박비와 여행정보를 공유하고자 이 곳을 선택했지만 3일을 지내보니 다른 장점들도 많았다.
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숙박 기간 내내 저녁을 3그릇씩 먹었다.
우선 맛있는 한국식 저녁이 원하는 만큼 제공된다.
첫날 아부다비를 거쳐오느라 16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보냈던 우리는 한국식 저녁이 제공된다는 얘기에 첫날만 저녁을 먹기로 했지만 저녁이 너무나 맛있어서 숙박 기간 내내 저녁을 먹게 되었다. 게다가 밥을 계속 리필해주셔서 저녁을 늘 3그릇씩 먹었다.
또 다른 장점은 교통 인접성이 좋다.
숙소 바로 옆에 버스정류소가 있다. 또한 걸어서 10분 거리에 몽블랑 익스프레스를 탑승할 수 있는 기차역이 있어서 샤모니 몽블랑 역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샤모니의 모든 숙박시설에서는 샤모니 시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무료 교통권을 나눠준다. 체크인 시 얘기하면 받을 수 있으므로 버스 이용이 필요한 사람들은 잊지 말고 받아두어야 한다.
저녁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숙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밖으로 나와 둘러보니 몽블랑과 보솜 빙하가 마치 금방이라도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보였다.
유럽의 최고봉을 뒷산으로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보솜 빙하는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흔적이다. 극지방이 아닌 곳에 아직 빙하가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장시간 비행으로 잠시 묻혀있던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피어올랐다. 유럽의 최고봉을 뒷산으로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옆을 돌아보니 다음날 올라갈 에귀 뒤 미디 전망대가 보였다. 에귀 뒤 미디 전망대는 몽블랑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어떻게 저런 곳에 전망대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까마득한 곳이다.
숙소 옆에는 지금의 에귀 뒤 미디 전망대 케이블카 탑승장이 생기기 전까지 이용했던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다. 지금은 폐쇄되고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샤모니 시내
저녁식사 후 샤모니 시내를 둘러보았다. 시내까지는 버스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샤모니의 저녁 풍경을 느끼고 싶어 걸어서 이동했다.
약 15분 정도 걸어가니 다음날 올라갈 에귀 뒤 미디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 탑승장이 나타났다. 혹시나 미리 표를 구매할 수 있을까 했지만 이미 마감되어 아무도 없었다. 가이드 줄이 긴 걸로 보아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했다.
에귀 뒤 미디 전망대까지 3842m라고 적혀있다.
조금 더 이동하면 중앙 광장으로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거리공연도 하고 있고 다른 곳에 비해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샤모니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것 같았다. 볼거리와 음식점도 많고 몽블랑의 도시답게 등산용품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들도 많았다.
몽블랑을 최초로 등반했다고 하는 발마와 소쉬르의 동상도 있다.
조금 더 이동하니 샤모니 몽블랑 역이 나타났다. 샤모니 시내를 운행하는 대부분의 버스가 역 근처 정류소에 정차한다. 우리는 역 바로 앞에 있는 'Subway'에서 다음날 하이킹 중 먹을 점심을 샀다. 주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점원은 영어를 하지 못하고 우린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니 손짓으로 겨우 주문해야 했다.
샤모니에서는 날씨만 좋으면 시내 어디에서나 몽블랑 만년설과 알프스 침봉들을 볼 수 있다. 우린 날씨운이 너무도 잘 따라준 덕에 시내 관광 중에도 수시로 보이는 몽블랑 풍경을 감상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한여름이어서 그런지 9시가 넘은 시간에도 관광하기에 무리가 없을 만큼 밝았다.
샤모니는 매년 4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지만 도시 자체는 꽤나 소박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유명한 관광지에는 항상 자리를 차지하며 경관을 해치는 대형 숙박시설 혹은 위락시설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현란한 불빛으로 눈에 피로감을 더해주는 네온사인이 없어 더 좋았다. 소박하고 조용한 시골마을 같아서 휴식을 취하기에는 더없이 좋아 보였다.
여행 참고
ALPY BUS (http://www.alpybus.com/home)
ALPENROSE (http://www.chamonix-alpenro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