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에귀 뒤 미디 / 몽탕베르 (둘째날)
"우리 뭘 준비해야 하지?"
첫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친구는 설렘과 걱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여행은 여행 자체로도 즐겁지만 막상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을 결심하고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결코 절제할 수 없는 상상여행과 설렘을 느끼면서 시작된다.
우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여행 필수품을 놓치지 않도록 꼼꼼히 준비했다.
하이킹 준비
하이킹 시 필수 준비물
1) 물
산을 하이킹하기 때문에 물은 전날 준비해 두어야 한다.
2) 간식
여름 하이킹은 에너지 소비가 많으므로 휴식 중 에너지를 보충할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우린 한국에서 육포, 초콜릿을 묻히지 않은 에너지바 등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3) 선크림, 모자, 토시
샤모니에서의 하이킹 코스는 해를 가려줄 만한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선크림은 필수다.
모자는 야구모자보다는 뒷목을 가려줄 수 있는 창이 넓은 모자가 유용하다.
더운 날씨에 토시는 가볍고 유용하다.
몽블랑을 만나러 가는 길
■ : 몽블랑 멀티패스로 이용 가능
몽블랑을 보기 위해서는 에귀 뒤 미디 전망대로 가야 한다. 그리고 에귀 뒤 미디 전망대는 샤모니에서 케이블카를 타야만 갈 수 있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날씨가 좋으면 에귀 뒤 미디 케이블카는 몽블랑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붐비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기 위해서는 일찍 나서는 것이 좋다.
샤모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에귀 디 미디가 아닐까?
우린 첫차를 타기로 하고 일찍 나섰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었다. 결국 첫차는 타지 못하고 두 번째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케이블카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급적 일찍 나서는 게 좋을 듯하다. 만약 시간이 가능하다면 전날 미리 표를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린 전날 도착했을 때 이미 매표 시간이 마감되어 표를 살 수가 없었다.
우린 샤모니에서 2일간 하이킹을 할 목적으로 몽블랑 멀티패스 2일권을 구매하고 잠시 후 케이블카에 올랐다. 케이블카가 점점 고도를 높일수록 아기자기한 모습의 샤모니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케이블카는 플랑드애귀에서 한번 갈아탄 후 다시 애귀디미디까지 우리를 안내한다.
플랑드애귀를 벗어나자 보솜 빙하를 시작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풍경들이 보이면서 애귀디미디가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에귀 디 미디에 도착하자 3,800m 의 높이를 증명하듯 서늘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7월의 날씨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한기에 우린 가져온 외투를 꺼내 입고 전망대 곳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만년설을 만나는 곳인 만큼 아무리 한여름이라 해도 추위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해야 한다.
이른 아침에 오른 탓에 바람이 더욱 차갑게 느껴졌지만 햇살이 샤모니 시내를 환히 비추는 멋진 장면도 만날 수 있었다. 마치 판타지 소설 속 마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에귀 디 미디는 아찔한 높이만큼이나 볼거리도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STEP INTO THE VOID이다.
허공에 유리방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들어가는 체험을 하는 것인데 상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때에는 수리 중이어서 체험을 하진 못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안에 들어가면 똑바로 서있는 것조차 어렵지 않을까?
가장 기대했던 몽블랑은 너무 이른 아침이었는지 아직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날씨는 맑았으나 몽블랑의 높이가 너무 높아 구름이 지나가다 걸려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듯했다. 구름이 걷히길 한참을 기다렸으나 결국 아침에 몽블랑을 보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너무 높아 구름이 지나가다 몽블랑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후에 구름이 완전히 걷힌 것을 확인한 뒤 우린 다시 한번 에귀 디 미디로 올라가 몽블랑을 만날 수 있었다. 몽블랑 멀티패스를 끊으면 케이블카 탑승 횟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다시 구름에 가려질까 얼른 인증샷도 함께.. 그런데 까마귀와 함께한 인증샷이 되어 버렸다. ㅋ
막상 까마귀와 서로 마주 보게 되니..
우리가 구경꾼이 된 건지.. 까마귀가 구경꾼이 된 건지..ㅋ
까마귀가 이곳의 터줏대감 같은 모습으로 '여기까지 올라와서 뭐하니?' 하고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ㅋ
몽블랑을 등지고 반대편을 돌아보면 알프스 침봉들이 멋진 장관을 연출하며 눈앞에 펼쳐진다. 아침엔 구름이 걷히지 않아 조금 흐린 모습이다. 이 역시 오후에 다시 올라 맑은 하늘과 함께 보니 더욱 장관이다.
다시 눈을 돌리면 몽블랑을 등반하는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자세히 보면 위험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서로를 끈으로 연결하고 이동한다. 위험할 듯한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듯했다.
에귀 디 미디에서 아침식사를 포함해 3시간을 보내고 몽탕베르까지 하이킹을 위해 이동했다. 에귀 디 미디에서 3시간의 시간이 필요치는 않다. 우리는 카페에서 고산증세를 잠재우기 위해 휴식도 취할 겸 몽블랑을 덮은 구름이 걷히길 기다리다 결국 포기하고 내려왔다.
아침 일찍 움직인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오전 시간에 여유가 많을 뿐 아니라,
오후에 다시 올라와 몽블랑을 볼 수 있었으니까..
몽탕베르 하이킹
몽탕베르 하이킹은 에귀 디 미디로 오를 때 케이블카를 갈아탔던 플랑드애귀에서 시작한다. 플랑드애귀에서는 케이블카를 갈아타기 위해 모두 내리기 때문에 여기서 내려 다시 케이블카를 옮겨 타지 않고 밖으로 나와 하이킹을 시작한다. 아래 지도의 24번(노란색) 코스로 가면 된다.
플랑드애귀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기념품과 간단한 음료 등을 판매하는 매점이 보였다. 한참을 내려온 듯한데도 2,317m였다.
플랑드애귀에서 몽탕베르까지는 점심식사를 포함해 약 3시간 정도 걸어가야 한다. 등산이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 하이킹 코스로는 무난하다. 가다 보면 아이들과 함께 하이킹을 하는 가족도 간간이 보인다.
코스가 험난하진 않지만 해발 2000m 고도를 계속 걸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선 안된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보충할 물과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해를 가려줄 만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분을 보충할 수 있는 물과 선크림, 토시, 모자는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린 간식으로 가져온 육포와 고구마 말랭이, 에너지 바로 점심을 해결하며 이동했다.
하이킹 코스가 높다 보니 샤모니 시내와 함께 다음날 하이킹 예정인 브레방-플레제르 산군이 한눈에 보였다. 이렇게 보니 몽블랑 산군과 브레방 산군 사이 계곡에 위치해 있는 샤모니 밸리가 제대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해를 가릴 것도 없지만 전망도 가리지 않아 하이킹의 재미가 충분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를 가릴 것이 없어 하이킹이 힘들게 느껴지지만 또한 전망도 가리지 않아 하이킹의 재미를 주고 있었다.
하이킹을 하며 뒤를 돌아보니 흑백의 조화가 절경이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아 앞으로 가야 하는데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한참을 걸어가니 알프스 6대 북벽 중 하나인 레 드뤼가 눈에 들어온다.
눈에 보이는 능선을 넘어가니 몽탕베르에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폭포와 함께 호텔이 보였다.
몽탕베르에 도착하니 젤 먼저 화려한 알프스 침봉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중 계속 우리를 안내했던 레 드뤼는 역시 6대 북벽이라는 유명세에 걸맞은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린 알프스의 경이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몽탕베르 역에서 트램 시간을 확인한 후 몽탕베르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에귀 디 미디에서 고산증을 경험한 데다, 해발 2,000m 고도에서 뜨거운 땡볕을 받으며 3시간 하이킹을 하고 나니 충분한 휴식시간이 필요했다.
몽탕베르에서는 빙하의 바다를 뜻하는 메르 드 글라스를 만날 수 있다. 메르 드 글라스는 실제 빙하가 흘러내린 길이라고 하는데 사진으로 보면 그냥 흙길 같지만 아래는 모두 빙하이다.
안내판을 보면 처음 발견된 시점과 지금의 빙하의 높이가 얼마만큼 차이가 나며, 지금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계속 녹고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더욱 적극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나 역시 100년 사이에 빙하의 높이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니 지구온난화의 심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울이 되면 이곳은 모두 눈으로 덮여 20km 에 이르는 자연 슬로프가 된다고 한다. 멋진 침봉을 감상하며 20km의 자연 슬로프를 내려온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설렌다. 겨울에도 꼭 방문해보고 싶다.
빙하체험
메르 드 글라스가 빙하로 되어 있어 아래에 빙하 동굴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실제 빙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린 에귀 디 미디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한 관계로 빙하 동굴은 포기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다음 열차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다녀오기로 했다.
빙하 동굴까지는 걸어서 갈 수도 있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갈 수도 있다. 우린 몽블랑 멀티패스가 있으니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 바로 입구인 줄 알았는데 다시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계단수가 적혀있었는데 개수가 정확히 기억나질 않는다. 어쨌든 기억나는 건 상당히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는 것. 나중에 올라오는 것도 걱정이었다.
내부로 들어가면 빙하임을 느끼게 하는 차가운 기운에 몸이 절로 움츠러졌다. 다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찬기운에 가져온 긴팔 혹은 외투를 덧입고 들어간다.
내부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얼음조각 등을 전시했는데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녹는 바람에 오래가지는 못하는 듯했다.
빙하 동굴은 실제 빙하 내부를 보는 것 외에는 다른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구온난화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빙하 동굴 체험 후 우린 빨간색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 트램은 20분 후 우리를 샤모니 시내에 데려다주었다.
루지코스터 체험하기
낮선곳에서의 변수를 우려해 일정을 너무 여유 있게 잡은 탓인지 생각보다 계획된 일정이 빨리 끝나는 바람에 역에서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다음 일정을 고민하다 루지코스터를 떠올렸다.
루지코스터는 원래 일정에 없었다. 사실 이런 것이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그런데 몽블랑 멀티패스를 구입하니 이벤트 티켓이라며 1+1 티켓을 주었다. 마침 시간 여유도 있고 새로운 체험도 해볼 겸 해서 과감히 루지코스터를 찾아 나섰다.
막상 타보니 의외로 스릴도 넘치고 너무나 재미있어
한번 더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위치를 보니 걸어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한 곳이었다. 약 15분 정도를 걸어가니 놀이공원처럼 보이는 장소와 함께 루지코스터 간판이 나타났다. 아마도 겨울엔 스키장으로 활용되는 듯 스키 리프트도 눈에 보였다.
표를 사러 가는 내내 우리가 탈만한 놀이기구인지 긴가민가 하며 표를 구매했다. 하지만 막상 타보니 의외로 스릴도 넘치고 너무나 재미있어 한번 더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몽블랑 정상에 구름이 걷힌 걸 확인하고는 에귀 디 미디를 다시 올라가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여행 참고
1. 몽블랑 멀티패스(http://www.compagniedumontblanc.co.uk/en/lift-passes/mont-blanc-multipass)
샤모니에서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몽블랑 멀티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몽블랑 멀티패스는 샤모니 시내의 모든 케이블카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통합권이다. 몽블랑 멀티패스가 있었기에 아침 일찍 에귀 디 미디에 올랐을 땐 구름에 가려 몽블랑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오후에 구름이 개인 후 다시 에귀 디 미디를 올라가 몽블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샤모니 곳곳을 보려 한다면 몽블랑 멀티패스가 훨씬 경제적인 듯하다.
2. 몽블랑 한글 안내서(http://www.compagniedumontblanc.co.uk/en/summer-broch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