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나기사노유 온천 (셋째 날 점심)
"우리 온천도 가자!!"
"대마도에 온천이 있나?"
"응 자료 보니까 여러 개가 있더라고.. 우리 마지막 숙소 근처에도 있다."
대마도에 온천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친구가 나의 제안에 의외라며 되물었다.
"그거 진짜 온천 맞나?"..
친구의 의심을 무시했던 난 온천을 직접 가보고 나서야 합리적 의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나기사노유 온천
대마도에는 족욕탕을 포함해 5개의 온천이 있다는 걸 여행을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온천을 좋아하는 난 여행 일정에 온천을 꼭 넣고 싶었고 우리의 일정을 고려해 히타카쓰항에서 멀지 않은 나기사노유 온천을 마지막 일정에 포함했다.
우린 대마도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될 나기사노유 온천에 도착해 갈아입을 옷과 수건, 세면도구 등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대마도 온천은 수건과 세면도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세면도구와 수건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수건은 추가 비용을 내면 제공한다고 하는데 우린 수건을 모두 챙겨 왔기 때문에 확인해볼 수는 없었다.
온천 입구에는 대마도의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한글 안내가 병행 표기되어 있어 한국 여행객들이 이용하는데 어렵지 않다.
나기사노유 온천은 차가 없으면 접근이 어렵다. 그래서 히타카츠항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한국의 자유여행객들을 위해 셔틀버스 시간표를 한글로 붙여놓은 것이 흥미로웠다.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가 한국사람인 걸 눈치챘는지 접수대에 계신 분이 한국어로 안내를 해서 파파고 앱을 켜려다 바로 집어넣었다. 한국 관광객이 많으니 언어 소통에 있어 좋은 점이 많았다.
우린 계산을 하고 열쇠를 받아 한글로 "남탕"이라고 적힌 곳으로 들어가며 마치 한국의 목욕탕에 온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온천에 대한 기대를 안고 들어갔지만 막상 내부로 들어가니 시설 자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규모는 동네 목욕탕 수준으로 샤워기가 10개가 채 되지 않았고 2개의 탕이 전부였다. 기대했던 노천탕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전망은 좋았지만 우린 창문이 아닌 노천탕에서 바다를 보며 온천을 즐기고 싶었는데..
일본의 온천 이용방법은 한국과 문화적 차이가 있었다.
온천을 이용하며 문화 차이로 인해 망설여진 부분이 있었는데..
첫째는 온천 내부에 개인 샤워용품을 가지고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이었다. 내부엔 샴푸와 물비누가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샴푸와 물비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럼 칫솔과 치약도 안되는건가?.. 망설이다 갖고 들어가서 사용하긴 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는 않았다.
두 번째는 수건의 사용이었다. 수건을 옷장에 넣고 탕에 들어갔는데 온천을 이용 후 수건을 가지러 옷장까지 가려니 수건을 가지러 가는 동안 바닥이 다 젖을 테고.. 수건을 가지고 탕에 들어갈 수는 없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우린 모두 바닥을 적시며 옷장까지 수건을 가지러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온천을 이용한 후 우린 로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시설이 썩 좋지는 않지만 온천을 하고 나니 개운하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문을 나서며 들어올 때 지나쳤던 나기사노유 온천의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마도에 풍부한 삼나무 보일러를 이용해 온수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결국 온천이 아닌 일반 목욕탕과 다를 게 없었다. 다만 화석연료가 아닌 삼나무를 이용해 온수를 만드는 친환경 방식이라는 점이 달랐던 것이다.
온천의 구조를 알고 나서 원효대사의 깨달음이 생각났다.
온천이라고 생각했던 우린 사실을 알고 나서야 일반 목욕탕이랑 똑같다며 온천이 아니라고 투덜대다가.. 그래도 샤워해서 기분이 좋다며 나름 만족해했다. 원효대사의 깨달음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친구야 - 쓰시마 버거
대마도에서의 마지막 점심은 대마도 필수 음식인 쓰시마 버거를 선택했다. 쓰시마 버거는 "친구야"라는 카페에서 판매하는데 이즈하라와 히타카츠에 각각 1,2호점이 있다. 히타카츠항에서 배를 탈 예정인 우린 대마도 도착한 첫날 미리 봐 두었던 "친구야" 히타카츠 점으로 찾아갔다.
카페는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한국어 사용에 전혀 부담감이 없다. 카페 입구에서부터 한글로 "한국어 대응 가능"이라고 안내가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카페 곳곳에는 여행과 관련한 정보가 한국어로 쓰여있어 오히려 한국어를 모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린 쓰시마 버거와 음료를 각각 주문했는데 수제 버거라서 한참의 시간이 걸려 나온 버거는 생각보다 푸짐해 보이지는 않았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비주얼로는 큰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맛이 비주얼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도 없었다. 빵은 부드러웠지만 패티가 너무 작아 미각이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일반 햄버거와 맛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 것 같았다. 꽤 유명한 수제 버거였지만 우리에겐 아쉬움이 컸다.
점심을 먹고 나온 우린 남은 시간 동안 면세점과 마트 등에서 간단히 쇼핑을 한 뒤 부산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높은 파도 때문에 대마도에 도착했들때보다 40분이나 더 걸린 데다 롤러코스터를 능가하는 흔들림으로 부산에 도착했을 땐 모두가 지쳤지만, 대마도 안에서의 여행이 너무나 재밌는 추억으로 남아 다시 한번 대마도 여행을 기약하며 2박 3일간의 대마도 여행을 끝내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여행 참고
1. 대마도 온천 정보(http://www.tsushima-busan.or.kr/?folder=sub&page=sub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