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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daum Feb 18. 2022

유턴

삼척 쏠비치

나는 캠핑을 7년 넘게 즐기고 있다.

주말마다 장비를 챙겨 어디론가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 꾸미기를 즐겼다.

장비병은 끊임없었고.. 남편보다 나에게 들이닥친 장비병은 불치병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의 여가생활은 언제나 노숙인의 삶이었다.

집이 아닌 곳에서 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고 집이 아닌 곳에서의 아이들은 더 밝았다.

노숙이면 어떠랴,

하룻밤 4만 원,  싼 곳은 3만 원의 자유였다.


그랬던 내가...


호화 리조트( 리조트가 처음이라서 기준이 없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곳이니 아마.. 최고급 리조트라 믿겠다)


노숙인의 삶에 익숙한 내가  보기에 삼척 쏠비치 리조트는.. 없는 것 없는 푹신하고 깨끗하고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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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직장동료들과의 오랜만에 함께 한 여행이었다.

코로나 시작 전에 갔으니.. 2년이 넘은 것 같다.

(그때.. 참 편하고 좋았는데.. 그립다)

뻥뚫린 고속도로

오랜만에  여행길은 흥분되었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즐겼다.

인천에서 삼척까지 3시간 30분

열심히 밟느라 발목이 아팠지만, 순간 마음은 시원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삼척 맛집을 찾아 식사를 하였다.

집에서는 생선을  안 먹다 보니 나에게 생선구이는 특별한 음식임이 분명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나에게 생선은 어려운 음식이다. 친정엄마에게 등짝 맞을 수준으로 형편없이 살을 발라내며  해부 실험하듯 먹어치웠다.

삼척 일미어담

아.. 이 노숙 삶에 찌들어서 그런지 너무 호강하는 느낌이 든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텐트 자리 다지고, 텐트 펼쳐  설치. 팩 박고  실내 내부 꾸밈으로 몇 시간의   즐거운 고행길이 열려야 하는데..  배고파도 불 피우고, 재료 손질부터 전부 손을 거쳐야 하는데.. 앉아서 대접받으니 어색하지만 좋다.

생선구이와 새콤 시원한 물회를 먹어주고 본격 바다 구경을 나섰다.

믿어 의심치 않아

바다에는 관광지답게 여러 곳의 포토존이 있었다.


아이들 없이, 바다를 오다니..

멀지만 한 번은 힐링할법했다.

일출

다음날 아침,

여행까지 가서 미라클 모닝으로 새벽 기상을 하며 일출을 맞이했다.  (사실.. 잠을 못 잤다고 해야 맞겠다.)

몸은 천근만근 피곤했지만, 아침에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일출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아침 루틴을 지켜낸 하루 시작이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었다.

조식을 마무리로 리조트를 뒤로 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 속초 바다 구경으로  짧고 길었던  1박 2일 여행을 함께 마치게 되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바다 구경과 생각의 정리를 위한 목적으로 출발했다.


관계 속에서의 어려움은 잠시 덮어두고 그저 바다만을 바라보는 시간도 가졌다.


 목적은  달성하였다.

원 없이 구경했고 바닷바람도 시원하게 맞아서 얼굴도 얼얼했다.

그것으로 된 것이다.

왠지 더 바랄 것도 해줄 것도 없는 시원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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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여행을 다녀온 지 2주나 지나서 그날을 회상하고 쓰는 일기인 것이다.

가슴이 답답한 것을 보니 또 떠나고 싶은가 보다.


리조트도 좋고 호텔 조식도 좋지만 역시 나는 캠핑이 제일 좋은가보다.  이제 원래의 나로 돌아가자.

돌아가야 할 때이다.


길을 가다 잘못된 길로 접어들면 아무 곳에서나 차를 돌리지 않는다.

아무 곳에서나 차를 돌리면 나도 상대차도 다치게 된다.

그래서 교통법규를 지켜 유턴이 가능한 곳에서 차를 돌린다.


인생에서도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다.

아닌 줄 알면서 계속 간다면 그건 본인 인생낭비이고 무모함이다.

잘못된 길임을 알면 유턴하면 된다.

유턴은 교통 법규 위반이 아니다.

살짝 더 인생을 걸어왔을 뿐이지 새로운 길로 못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여행이 나에겐 유턴이다.


돌아갈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서로 놓지 못하는 아쉬움에 어색한 관계의 끈을 잡고 있는 시점.

직진할 사람은 직진하고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면 된다.


앞으로 내가 가는 방향이 비포장도로 일지, 탄탄대로 일지, 좁디좁은 샛길 일지, 아니면 운 좋게 종점에 가까운 지름길일지 알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두렵지 않다.

한번 사는 인생 하나의 캐릭터로만 살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 참 뜻깊고 감사하다..

참.. 오래 기억될 호화로운 유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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