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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um
Mar 3. 2022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2종 보통 면허를 취득했고 딱히 운전할 일이 없어 장롱면허로 20년을 구석에 처박아놓았다.
다시 사회에 나오게 된 나이 어느덧 39살
.
이동의 용이함을 위해 덜컥 경차 한대를 뽑게 되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모한 도전 정신으로 20년 장롱면허 무색하게 차를 뽑자마자 1박 2일 대전을
혼자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당시 남편은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 본인 차로 나를 에스코트해줄 테니 제발
본인만 따라와라
둘째, 내 차를 본인이 몰고 가서 본인은 버스 타고
올라올 테니 같이 가자.
두 가지 제안 모두 20년 장롱 면허증을 가지고 장거리 , 그것도 초행길 운전을 한다는 겁대가리 상실한 아내를 걱정하던 남편이었다.
오히려 덤덤했던 나는
"걱정 마! 안전하게 잘 다녀올게! 차 사면 길들여야 하니 한가한 고속도로에선 좀 밟아볼게!
걱정 마! 나만 믿어~"
그렇게 나는 5년 전 초보 딱지를 화끈하게 떼었다.
지금 나는 인천 곳곳을 누빈다.
인천뿐이랴, 용인 수지도 가고(친정) 서울도 가고
구석구석 잘 다닌다.
년수로 6년 된 나의 경차는 작지만 제법 길이
잘 들어 잘 나간다.
운전을 재미있어하는 나를 두고 남편은 늘 걱정한다.
"아직 운전이 재밌어? 아직 초짜 맞네~ 나는 이제 누가 빵! 해도 그러려니~ 하는데 "
그렇다.
나는 이상한 부분에서 희열을 느낀다.
가령 주차할 때 거리 각도 칼같이 재서 한방에 후진으로 주차할 때,
평행주차도 칼같이 쏙 한방에 들어갈 때,
초보운전자가 차선 하나 못 바꿔 낑낑거리며 눈치 보고 있을 때 나는 뒤에서 먼저 차선 변경해서 자리 확보해줄 때,
괜히 기분이 좋다.
이런 걸 보면서
남편은 나를 아직 초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운전 감각 있다고 칭찬도 해준다.
보통 남자들보다 주차 잘하고 운전 잘한다고
그러나..
아무리 내가 운전 스킬이 좋으면 뭐 하는가.
상대차가 나를 박으면 무사고는 물 건너가는 것이다.
앞에 언급한 내용들의
반전으로 나는..
무사고 운전자가 아니다.
무려 3번이나 뒤에서 받혔다.
두 번은 아주 큰 트럭
(컨테이너 박스를 실은 차/ 이삿짐센터 차)이
뒤에서 박았다.
다행히 신호대기로 서있을 당시, 상대차 운전미숙으로 액셀을 밟아..
( 뒤차
하는 말이..
내 차가 작아서 안보였다고 한다)
3번 전부 뒷부분만 망가지고 크게 다친 부분은 없었다.
여기서, 잠깐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
세명의 상대차주가 하는 말들이다.
"못 봤다. 내 차가 작아서."
하..
그 뒤로 심각하게 큰 차로 바꿔야 하나 고민도 했다.
하지만, 20년 장롱면허자였던 나에게! 내 돈으로 처음 산! 길 잘~~ 들인 경차를 내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내차. 스팍을 탄다.
가끔 오르막길 힘에 부쳐서 낑낑거려도
"스퐉! 힘을 내!"
텐션 받아 잘
달릴 때도 "스퐉! 역시! 오늘도 잘 부탁해!"
큰 차로 갈아타려
변심하려 했을 때도 "스퐉.. 미안해.. 내가 미쳤었나 봐"
그렇게 나는 지금도 스팍과 함께 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가끔.. 세상 답답하게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 남편은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곧잘 한다.
"저거 저거 분명 김여사야.. 에이 왜 운전을 하는 걸까?"
나는 그 말을 들으면 눈을 흘기며 지날 때 꼭 확인한다.
그때 운전자가 40대 정도의 남자라면?
"하. 하. 하 저것 봐! 남자도 운전 못하는 사람 있어! 여자인데 운전 잘하는 내가 있는 것처럼! 편견을 버리라고~"
-------------
언제까지 나의 애마, 경차를 이용하게 될지 모르겠다.
이제 고장 난 부분도 생기고 조금씩 손을 봐줘야 하는
시기가 왔다.
차를 보면 왠지 나 같다.
작지만 강한, 오래되고 익숙해서 편안한,
또 잔고장까지.. 왠지 나 같다.
나는 오늘도 날다람쥐처럼 이곳저곳 누빈다.
비록 남들 눈에는 작아서 미처 못 보고 박치기를 할지라도 나에겐 첫차이자 유일하게 혼자 있는 공간이다.
[이동 중 유튜브 영어공부. 노래방]
그래서
나는 내 차가 참 좋다.
스퐉! 오늘도 잘 부탁해
작지만 튼튼한 경차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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