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광대프로젝트 <청춘극장> 제작기
드라마 <정년이>가 흥행을 하면서 여성국극도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국극'은 창극이라고도 하는데 시대상황이 들어간 용어이다.
국극이란 명칭은 해방 후에 쓰이기 시작했다. 박황 씨의 회고에 의하면, 해방 직후 국악건설본부가 발족되고, 이어서 국악원이 건설되었는데, 이 때 몇몇 사람이 모여 전통 음악을 '국악', 창극을 '국극'으로 부르기로 하여 이 명칭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국극이란 해방과 더불어 창극을 민족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북일보> 2002년 6월 6일 군산대학교 최동현 교수 글에서
창극은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다. 판소리는 혼자서 무대를 가져가지만, 창극은 역할에 따라 배우들이 배역을 나누고, 의상과 분장, 조명과 무대장치까지 사용해서 오페라나 뮤지컬과 같은 음악극 형식을 가지고 있다. 판소리는 소리꾼 한 명의 소리, 발림(몸짓), 아니리(이야기)로 이루어져 예술성이 강하지만, 창극은 음악극 형식이라 보통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이 있다. 10여년 전 <판소리명창 서바이벌, 광대전> 프로그램의 조연출일 때 '창극'미션이 제일 재미있었다. 2025년도 국악 프로그램을 맡게 되면서 '창극' 대결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요즘광대프로젝트, 청춘극장>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K컬쳐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요즘, 한국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극이 '오리지널 K뮤지컬'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전체 판을 이끌어갈 세 명의 젊은 소리꾼을 섭외했다. '국악계의 아이돌'이란 별명으로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국악계 스타 김나니, 전주대사습놀이 장원을 거머쥐며 젊은 명창의 칭호를 얻은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의 박현영, 창작판소리 무대를 스스로 연출하는 올라운드 젊은 소리꾼 이혜진. 이들은 각자 팀장이 되어 팀을 꾸리고 주어진 4개의 미션을 수행했다. 1차는 전주한옥마을 버스킹, 2차는 유튜브 조회수 대결, 3차는 다른 음악장르와 컬래버레이션, 4차는 '청춘'이 주제였다.
김나니는 1차 미션에서 자신의 최고 장기인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선보이며, 최다득표를 얻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후배인 김은경 소리꾼과 함께 무대를 꾸렸다. 두 사람의 출중한 미모와 실력 덕분에 매력적인 무대들이 이어져 나왔다. 2차 미션은 인당수에 팔려가는 심청이의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두 소리꾼이 '심청과 심청의 자아'로 나누어 연기하며 심청의 내면을 표현했다. 3차는 "팝, 펑크, 블루스, 판소리를 섞은 '특식비빔밥' 같은 무대"라는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았다. 4차에서는 '어머니의 청춘'을 무대에 올렸다. 부끄럽지 않냐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김나니는 남부시장 커튼집 딸이라는 것을 당당히 드러냈다. 자신의 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드러내며 예술가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작품이었다. 진행을 맡은 박애리 명창을 비롯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두고 디렉팅을 하는 나도 전자신호로 영상과 소리를 접해야했지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김나니에게 예술가의 아우라가 덧입혀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뽑은 김나니 최고의 무대는 어머니의 청춘을 이야기한 [이어지는 순간]
박현영은 1차에서 '쭈구리'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과감하고 실험적인 '모노드라마' 창극을 선보이며 빛이 났다. 박현영은 남원국립민속국악원의 김은석 소리꾼을 파트너로 선택해 힘과 유머가 있는 무대를 꾸렸다. 2차에서는 갓을 쓴 '사자보이즈' 컨셉으로 3명의 남자 소리꾼이 부안 적벽강에서 적벽가 한 대목을 부르며 시원시원한 소리를 담아냈다. 3차 미션은 땡중들에게 속아 공양미 300석 사기를 당한 심봉사 이야기를 EDM 사운드에 담아내 힙하고 파격적인 무대를 보여주었다. 4차는 학창시절 만난 한 여자 때문에 서로 싸우는 영포티의 이야기였다. 나이를 잊고 젊은 척하는 영포티는 조롱의 대상이다. 고교시절 기억에 빠져 제대로 늙억가지 못하는 영포티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나이에 맞게 잘 익고 잘 늙어가는 일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판소리와 EDM의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준 박현영 소리꾼의 베스트 무대
이혜진은 컨디션 난조로 1차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2차부터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차는 판소리 12바탕의 하나인 '장끼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출을 보여줬고, 3차는 지하철 빌런, 김부장의 갑집을 혼내주는 무서운 도깨비 두억시니를 끌어내 강렬한 에너지를 보여줬다. 4차 미션에서는 청춘들이 현실에서 겪는 아픔을 보여주고, 청춘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를 무대에 담아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모두가 함께 공감했다. 이혜진은 20대의 재기발랄함에 연출가의 섬세함과 본인의 소리 공력까지 함께 담아냈다. 여기에 '범 내려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인 신유진 소리꾼까지 무대를 함께해 더욱더 빛나는 작품들을 만들었다.
20대 젊은 소리꾼 이혜진이 노래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 '문을 열어'
2025년 뜨거운 여름에 시작해 12월에 방송을 마쳤다. 전통과 창작을 오가는 소리꾼들의 넓은 스펙트럼을 통해 우리 소리의 깊이와 저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판소리를 하고, 한국전통예술의 요소가 전세계에서 각광을 받는 지금 이 시대에 케이 컬쳐의 지속가능한 흥행을 위해서 국악을 하는 젊은 예술인들이 더욱 주목을 받고, 그들의 무대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