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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티아고 김솔 Nov 11. 2022

2/ 인천에서 마드리드로, 하늘길을 열어줘

직장을 그만두고 스페인 여행길에 오른 30대 딸, 은퇴 후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부모님과의 140일간 산티아고 순례 배낭여행을 기록합니다.




스페인 마드리드행 비행기는 예약할 때부터 출국 당일까지도 제멋대로 스케줄이 변경됐다. 당시 코로나 영향으로 직행 항공편은 없고 경유를 해서 갈 수밖에 없었는데, 러시아 전쟁 이슈까지 더해져 하늘길은 막히고 경유지마저도 알아서(?) 바뀌는 대환장 시기였다.

인천-프랑크푸르트-마드리드 노선을 탄다. 계속 바뀌는 스케줄에 불신이 생겨 출발 당일에 일찍부터 공항에 가 있었다.

역시나. 출발시간은 나와있지도 않았고, 한참을 기다려서 확인 한 출발시간마저 또 바뀌어있다. 70분 연착이다. 이거 쫄깃쫄깃한 비행이 되겠다. 환승시간이 2시간 정도밖에 없는 상태인데, 엉뚱한 데서 시간을 잡아먹었다.



비행기가 프랑크푸르트에 다다를 쯤부터 기내 방송이 바빴다. 연결 항공편에 대한 안내가 반복적으로 나왔고, 우리가 탈 마드리드행 승객은 지상 안내원을 따라 항공편으로 바로 이동하라 한다. 다음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30분 남았다. 30분 안에 EU 입국 수속과 터미널 이동까지 일사천리 막힘이 없어야 한다.



시간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엄마 아빠에게는 초조한 상황이긴 했다. 나도 가능할까 의심을 하긴 했지만, 우리 수속 정보가 이미 넘어가 있으니 조금은 기다려주겠지,  안되면 다른 항공편으로 주겠지 싶어 어느새  촉박한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지상 안내원을 따라 단계 단계 차례로 퀘스트를 깼다. 

짐 검사 클리어, 

입국심사 클리어, 

셔틀버스 클리어, 

그리고 세잎! 

거기에 화장실까지 가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저 야광 조끼를 입으면 무적인가. 굉장한 간지다. 홍해 가르듯 모든 스테이지가 물 흐르듯 연결되었다. 그렇게 무사히 다음 항공편까지 탔고, 집 문밖을 나온 지 꼬박 하루 만에 스페인 마드리드 호텔에 누울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는 건 지루하다. 특히 유럽행처럼 장시간 이동하는 비행은 더욱 몸이 배배 꼬인다. 그래서인지 이런 돌발 상황이 반갑기도 하다. 흐려져있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고 눈코입귀 모든 감각을 깨워 정보를 받아들인다. 항상 똑같이 반복되는 공항 루틴에 또 다른 경험치가 +1 생기는 일이라 게임 스테이지를 깨듯 묘한 통쾌함이 생긴다. 어차피 우리는 마드리드에 도착할 테니 가는 과정이 재밌으면 더 좋지 않은가.

우리는 출발서부터 에피소드+1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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