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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Jul 24. 2023

미친 사람으로 살고 싶다.

무리로 살기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나만의 색깔을 갖고 살기

   마음 깊은 곳의 열정에 푹 빠져 살고 싶다. 


   산책길에 중학교가 하나 있는데, 학교 농구 코트에서 아내와 공놀이를 가끔 한다. 함께 하면 즐겁지만 가끔은 혼자 땀을 흘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어제는 한참을 혼자 농구공과 놀았다. 한참 푹 빠져 놀다 보니 참 즐거웠다. 별생각 없이 그 자체에 푹 빠질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어릴 적 나는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어머니께서 농구공을 사주셨다. 방에서 매일 게임만 하는 내가 걱정스러우셨던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농구공이 생겨서 좋았다. 농구를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공이 있으니까 친구들과 공놀이하러 다녔다. 하다 보니 농구가 좋아졌다.


   엄마의 작전은 성공했다. 게임하는 시간이 줄었다. 대신 농구에 꽂혔다. 농구를 할 때 빼고는 다 농구 생각을 했다. 카페에 가입해서 좋아하는 선수들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1시간 거리를 걸어서 친구와 함께 농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농구 교본을 사서 읽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시험 기간에는 일찍 마치니까 열두 시부터 농구하다가 선생님한테 공부하러 안 가냐고 혼난 적도 있다. 좀 크면서는 대학생들과 경기를 하기도 했다.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 다시 농구를 하면서 참 즐거웠다. 문득 인생도 이와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빠져본 사람은 안다. 사랑하게 되면 온통 그 생각밖에 안 난다. 자나 깨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열정을 가진 사람도 이와 같다. 하루종일 대상을 생각하면서도 피곤한 줄 모른다. 마지못해 해야 하는 일이라서 하는 사람과 에너지가 다르다. 


   마음을 따라 사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배웠다. 종종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남들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긴다. 혹시 내가 농구에 미쳐서 공부를 안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뭐 지금보다 조금 낮은 점수로 대학에 갔을 것이고, 선수는 못 되었어도 농구 교실이라도 운영하고 있을지 누가 알겠냐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인가. 


   어느샌가 해야 하는 일들이 하고 싶은 일을 이기기 시작했다. 수능을 잘 쳐서 좋은 대학에 가야 했고, 내가 가진 결대로 살기보다 유행을 따르고 돈이 되는 선택을 해야 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아직 한창 젊은데도 항상 뒷짐 진 노인처럼 행동했다. 열심히는 했지만 공허했다. 모든 사람은 열정을 외쳤지만 내게는 열정이 없었기 때문에, 열정을 가장한 성실함에서 그쳤다. 나의 인생은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소모된다고 느꼈다. 한 발은 걸치고 있지만 한 발은 언제든 뺄 준비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다 같이 가는 길로 다니면 안전한 것인가? 정말 그것이 실패하지 않는 좋은 길인가? 반문해 본다.


   개울을 만나면 손에 쥔 것을 모두 놓고 다리를 걷고 뛰어드는 사람이고 싶다. 


   내면의 소리를 듣고, 타인이 아닌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갖는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모험을 포기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모험이 없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남과 다르기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모험하고 싶다. 열정이 넘쳐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고 싶다. 자나 깨나 한 가지에 미치고 싶다. 때로는 무모하고 싶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삶을 살고 싶다. 이제는 뒷짐을 지고 남의 삶을 구경하듯이 살지 말아야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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