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동안 글을 써 보세요
글을 쓰지 않는 가장 흔한 이유는 아마 다음의 두 가지일 것입니다.
“글 쓸 시간이 없어.”
“글로 쓸 소재가 없어.”
오늘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5분 글쓰기’입니다. 말 그대로 5분을 정해놓고, 5분 내내 쓰는 것입니다.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하루에 5분도 낼 수 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 글이 될 만한 소재인가 고민할 수도 없습니다. 5분 5초 정도에 타이머를 맞추고, 펜을 꺼내 들고 글을 써 내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첫 문장이 무엇이든, 무엇에 관한 글이든 상관없습니다. 생각하지 말고 쓰면 됩니다. 누구에게 보여 줄 것이라 생각하면서 써도 좋고, 아니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써내려 가는 것에만 집중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5분 동안 최대한 많이 쓰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 글쓰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단어를 써야 딱 맞을까.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무엇에 관해서 써야 할까 와 같은 것들 말이지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좀처럼 첫 자음을 쓸 수가 없습니다. 글이란 머릿속으로 다 생각한 것을 옮겨 적는 것일 때도 아주 가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글자를 쓰면서 생각하고 써 놓은 것을 고치면서 점차 생각을 보완해 나가는 것일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아니라면 모를까, 글을 쓰고자 하실 때는 일단 첫 글자를 써내려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생각을 깊이 하고 더 좋은 글을 쓰고자 하시는 분들일수록 이런 현상을 자주 겪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생각을 하면 할수록 글을 쓰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더 나은 표현이 있을 것 같고, 왠지 이렇게 시작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을 거듭하다 결국 쓰지 않으면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과 말들은 어느샌가 이어지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고 맙니다. 엉성한 시작이어도, 얼개가 짜여지지 않았어도 쓰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생각은 하나의 글이 되고, 글은 생각의 발전을 가져다줍니다.
시간제한을 두고 글을 쓰면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고민하느라 쓰지 않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고민하는 내용조차 글이 되어 나오게 됩니다. 때로는 글로 써 놓고 보면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보다 더 나은 문장을 만나기도 합니다.
저는 시간제한 글쓰기를 매일 활용합니다.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책상에 앉습니다. 그러고는 7시가 되기 전까지 씁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내가 쓰는 것이 쓸 만한 글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써내려 갑니다. 때로는 25분이 될 때도 있고, 때로는 40분에서 50분이 될 때도 있습니다. 아침 첫 시간에 이렇게 써 내려가는 글쓰기는 나조차도 모르던 나를 글로 꺼내 줍니다. 대단한 글은 못 된다 할지라도, 최소한 고민의 형태로 머릿속에만 남지는 않습니다. 별 것 아닌 글이라 해도, 글이 되어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아침 40분, 50분은 부담스럽습니다. 이때 활용해 볼 수 있는 것이 ‘5분 글쓰기’입니다. 얼마 전에 가족들이 제주도 여행을 왔습니다. 일몰이 보이는 바닷가 카페에 앉아 가족끼리 머리를 맞대고 5분 글쓰기를 했습니다. 주제도 없고, 첫 문장도 없습니다. 5분 동안 다만 써 내려갈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주제는 줘야지.”
하던 엄마도 어느새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저마다 여행에서 느꼈던 감상이 글이 되어 나옵니다. 5분 동안 씀으로써 그 순간의 자기 자신들을 글로 꺼내 놓은 것입니다. 써 보면 아실 테지만 5분이라는 시간도 꽤 긴 시간입니다. 무엇을 쓸지,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하면서 보내는 5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쓰는 행위 자체에 몰두하면 아마 손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긴 시간일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쓰는 글을 참 좋아합니다. 꾸밈이 없습니다. 꾸밀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내 속에 있는 것들이 글이 됩니다. 결혼기념일을 맞았을 때도 아내와 타이머를 맞추어 두고 글을 썼습니다. 그때 당시에 저희 부부를 글로 써 두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흐르는 시간 속에 순간을 지면에 잡아 두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때의 나를 언제든 꺼내볼 수 있습니다.
매일을 살면서 5분도 낼 수 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글을 쓰라고 할 때,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뜻입니다.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시간이 없어, 왜냐하면 무엇을 쓸지 생각도 해야 하고 글을 고치고 다듬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한 언젠가 시간이 나서 글을 쓸 수 있게 될 가망이 거의 없습니다. 제대로 된 글이라는 건 실체가 없는 말이기 때문이며, 일단 한 줄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치고 자시고 할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글이 되지 못한 생각은 발전되지 않습니다. 쓰려고 했던 것이라도 쓰지 않으면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의 목적은 글쓰기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생각을 멈추고 펜을 들어야 합니다.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좋겠어.’, ‘멋진 첫 문장을 써야 하는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와 같은 생각은 일단 넣어두십시오. 펜을 쥔 사람의 의무는 글을 쓰는 일에만 있습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쫓기듯 글을 써 보십시오. 생각할 겨를 없이 글을 써 보십시오. 이왕 글을 좀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잘 쓰지 못해도 좋으니 일단 써야 합니다. 지금 내 글이 어디까지 와 있든지 간에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딱 5분만 쓰면 됩니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 5분 정도만 쓰면 됩니다. 대신 5분 동안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써야 합니다. 생각하느라 멈춰서는 안 됩니다. 쓸 수 있는 최대한의 글자를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떤 것이 글이 되어 나올지 쓰고 있는 사람도 모르는 글입니다. 이왕 글을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하셨다면, 아니면 언젠가 나도 글을 한 편 써 봐야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지금 5분만 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좋은 노트, 좋은 펜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메모장 같은 데다 써도 좋고, 그것도 아니면 핸드폰에 써도 좋습니다. 딱 5분간만 써 보는 겁니다. 그 5분 속에 위대한 글쓰기의 시작, 나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숨어 있을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5분이면, 해볼만 한 투자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