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 역에 왔습니다. 수성구 시지까지 가야 하니, 제가 사는 곳인 월촌역에서 아홉 번째 역인 반월당역에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그런 뒤에 영남대 방면 열차를 타고 열 번째 역에 내리면 됩니다.
열차가 들어오기 전입니다. 갑자기 홀 안이 울릴 정도로 시끄럽습니다. 대략 7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두 어른이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모른 척하고 근처를 지나가 보니 술 냄새가 진동합니다. 어떤 사유로 약주를 드셨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 광경을 보는 이들마다 얼굴을 찌푸리고 지나갑니다. 자칫하면 누군가가 욕설을 내뱉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이 씨발! 술 처먹으려면 곱게 처먹을 것이지."
한참 손자뻘인 한 남성이 들으라는 듯 한 마디 던지고 지나갑니다.
사실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욕하는 젊은이도 잘한 건 아니지만, 먼저 타인을 불쾌하게 한 건 그 어른들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겠다.'
그게 제 뜻대로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은 그렇게 다짐하며 발길을 돌립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곱게 나이를 먹을 수 있는지 또 한 번 고심하게 합니다.
그 어른들을 피해 다른 칸으로 옮겨 탔습니다. 이 칸은 환승할 때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시간에 빈자리가 있을 리 없습니다. 어느 한 기둥에 기댄 채 서 있노라니 바로 왼쪽 편에 앉은 한 젊은 여성이 열심히 휴대폰으로 게임 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변 사람들이 다 들릴 정도로 소리를 높인 채 게임을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시쳇말로 새파랗게 어린데도 불구하고 당당히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서 말입니다. 사람들이 힐끗 쳐다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가끔 저런 사람을 볼 때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렇게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요즘과 같은 세상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게 바로 개꼰대가 되는 길입니다. 운이 없으면 누구에게든 몰매를 맞을 수도 있는 세상입니다. 아직 스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그 어린 여성에게, 마음 같아선 뒤통수라도 후려갈기고 싶지만, 그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없습니다. 그저 이제 열아홉 살이 된 제 딸이 밖에 나가서 저렇게 몰상식한 짓을 하지 않게 당부해야겠다는 생각만 할 뿐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걸 한 번만 생각해 본다면 저런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될 텐데, 세상이 왜 이렇게 정상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