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하루, 일상, 매일.
1%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1%를 떠올리며 같이 떠오르는 단어들을 생각해 본다.
‘미미하다.’
‘티끌.’
대부분 주목할만한 수치를 이야기할 때보다는 작고 사소하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나는 글을 쓰면서 1%를 생각한다.
매일매일 글자를 만들어 내고 있기는 하지만 내 글은 무엇도 되지 못한 채 노트만을 한 권 두 권 채워가고 있다. 내 글들은 책이 되지도 못하고, 하나의 주제로 묶인 문집이 되지도 못한다. 대부분의 글은 누군가에게 가 닿을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노트 속에 담겨 있다.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있는 내 글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글이라는 건 내 안에서 무르익어 마침내 터져 나와야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 하나와, 또 그렇지 않더라도 손을 대서 쓰기 시작하면 뭐든 쓰게 되는 것이 글이라는 생각. 묘하게 이 두 가지 생각은 모순되는 듯 보이면서도 나를 이리저리 조련하여 나로 하여금 쓰는 행위를 지속하게 해 준다. 뭘 써야 하나 생각할 땐 일단 펜을 대 보고, 아직 아무것도 되지 못한 내 글을 보면서는 아직 무르익지 않았구나 생각한다. 나는 내가 써야만 하는 어떤 글이 있다고 믿는다. 한쪽씩 쓰다 보면, 마침내 내가 바라던 그쪽을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무엇도 되지 못한 나의 글쓰기,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써야 할 ‘그쪽’을 위해서이다.
무엇도 되지 못한 내 글쓰기.
‘아직’ 무엇도 되지 못한 내 글쓰기.
나는 믿는다. 쓰기 시작한 순간에 어떤 변화는 시작되었다고 말이다. 이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되었고,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곧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1이라는 숫자가 1%를 한 번 만나면 1.01이 된다. 처음에는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매일 1%라면 어떨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다. 일수로 따지면 730일 정도가 된 셈이다. 글이라는 게 점수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매일 1% 정도는 나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면 2년 전의 1은 매일 1%씩 나아졌다고 가정하면 무려 1,427이 된다. 처음에 0.01이 늘었던 것이 마지막 1일에는 13이 증가하는 셈이다.
당연히 ‘더 나은 글’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부리는 마법, 그리고 꾸준함이 갖는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중이다.
미미한 1% 이지만 조금씩 더 나아지기 위해 애쓰고 또 애쓰다 보면 첫날엔 0.01이 늘던 것이 나중에는 몇 십이 늘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2년간의 글쓰기 여정을 돌아본다면, 첫날 0.01만큼 늘었던 수치는 마지막 729일에 이르러서는 13이 늘어난다. 같은 하루가 흘렀지만 사실은 두 개의 하루는 전혀 다른 하루가 되는 셈이다. 0.01과 13, 1300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매일 뭔가를 한다는 것.’
여기에 비밀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공부를 하는 사람도, 집을 짓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매일 뭔가를 하는 사람은 무서운 사람들이다. 그들이 얼마나 가지고 시작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는가만이 중요하다. 하루에 100%를 증가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1%면 된다. 그보다 더 적은 수치여도 된다. 매일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만 하면 된다. 아니, 지속하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은 100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의 1년째를 부러워하지만, 1을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전혀 부러워할 것 없다. 아주 작더라도 지속하기만 한다면, 어느 순간 변혁의 순간을 맞게 될 테니 말이다. 0.01만큼의 변화는 알아차리기가 매우 힘들지만, 작은 변화가 꾸준함을 만나면 어느 순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되지 못한 내 글쓰기를 위로한다. 지금은 0.01씩, 혹은 0.03씩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이다. 보이는 것도 없고, 아무것도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읽고, 쓰고, 또 쓴다. 언젠가는 꺾여 올라가는 그래프처럼 내 글쓰기에도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산다는 게 무엇인지 쓰고 싶다. 삶이 어때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삶이 어떤 얼굴로 우리 주위에 있는지 쓰고 싶다. 나의 이야기, 또는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나의 글이 무엇인가 된다는 것은, 한 인간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쓴다. 분류할 수 없는 글을 또 쓴다. 정돈되지 않은 글을 또 쓴다.
나의 오늘을 글 쓰는 1%로 또 바꾸어 본다. 쓰고 또 쓰고, 하루를 쌓고 또 쌓아가다 보면 0.01이 1이 되고, 10이 되고 100이 되는 날도 온다고 믿는다. 나는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날동안 내 생명인 시간을 글 속에다 녹여내고 싶다. 글에게 내 시간을 주어 살아가게 하고 싶다.
매일 1%씩 발전하는 사람의 첫날은 0.01만큼의 성장이 있다.
매일 1%씩 발전하는 사람의 3년째 되는 날은 534만큼의 성장이 있다.
처음에 1이든, 100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1%든 2%든 중요하지 않다. 누가, 지속할 수 있는가. 누가 계속하는가. 그것만이 중요하다.
1이었던 무언가가 1%씩 변할 때, 초창기에 그것의 최종 모습을 생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3년 정도만 지나도 1은 53,939가 된다. 어쩌다 펜을 잡았는데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나의 작은 1, 어쩌면 그보다 더 작은 무언가의 먼 훗날 모습을 나는 아직 상상하지 못한다. 어느 날 문득, ‘오늘을 위해 수많은 날들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날을 만나게 된다면, 갑자기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가 될 것이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되지 못한 나를 위로하고 있다. 보이지도 않는 1%씩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만 한다면, 아니, 지속해 나갈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이 허락하는 한 어딘가에 다다를 수 있다며 나를 위로하고 있다. 초반 부분의 1%는 마치 제자리걸음처럼 보일 것이다. 1%도 좋고, 0.01%도 좋으니 계속하기만 하자. 내 인생이 허락하는 시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리라.
내가 처음 가지고 시작한 것이 ‘1’ 정도도 되지 않고, 매일의 노력이 1%의 성장도 가져오지 못한대도 괜찮다. 나는 글을 쓰는 동안에는 행복했기 때문에, 만일 살아 있는 동안 내 글이 여전히 무엇도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사진 : AI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