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셉 Sep 06. 2023

취미로 쓰는 글쓰기

글쓰기 만한 취미도 없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 다른 사람은 무슨 꿈을 품고 사는지 궁금해서 직장에 있지 않을 때 뭘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퇴근하면 뭐 해?” 대체로 정기적으로 하는 활동이 없었습니다. “퇴근하면 뭐 저녁 먹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좀 보고 그러지.”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몇몇만 운동을 한다거나 뭘 배운다고 대답했습니다. 제게 구구절절 설명하기가 번거로워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실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꿈을 위해서 퇴근 후에 투자하는 사람은 적고, 심지어 자신의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몇몇 내기 골프에 심취해 있거나 술집 탐방을 다니는 분들이 있긴 했지만, 취미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취미가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란 단순히 ‘남는 시간’을 때우는 일이 아니라, ‘일’과는 조금 다르지만 몰입해서 하는 또 다른 형태의 자아실현이며, 자기표현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몰입해서 하는 취미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삶을 한 번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취미가 없는 사람은 찌들어 있는 듯한 생활을 합니다. 


영상 시청이 취미라고 하시는 분들도,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 영상을 모아 정리하고, 영상별 주제와 아이디어를 정리해 가며 집중해서 보는 분들은 잘 없습니다. 대부분 그냥 ‘보는’ 것이죠. 이 정도의 몰입도로 영상을 아무리 오래 본다 한들, 취미가 주는 참 즐거움에 다다르긴 어렵습니다. 운동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설렁설렁하는 둥 마는 둥 운동한다면, 몸매 관리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정도는 될지 모르지만 재미를 느끼는 데 까지 나아가기는 어렵습니다. 


활기찬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몰입해서 하는 취미활동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취미는 삶을 활기차게 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취미가 제2의 직업이 되기도 합니다. 


제 취미는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는 취미로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능동적인 활동이라는 점입니다. 수동적으로 시간을 때우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글을 쓰려면 직접 손을 움직이고 생각을 해서 문장을 적어 나가야 합니다. 무엇을 쓸지, 어떻게 쓸지 다 쓰는 사람의 몫입니다. 한참 무언가를 ‘보기만’하고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였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능동적입니다. 글을 쓰면 뇌의 곳곳이 살아나고, 손을 움직이고 생각하고, 그리고 결과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큰 활력이 생깁니다. 둘째는 몰입하게 됩니다.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글을 10분만 써 내려가기 시작하면 금세 빠져들게 됩니다. 집중력이 희소한 자원이 된 현대 사회에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입니다. 


능동적 몰입. 글쓰기가 주는 최고의 장점입니다. 요즘은 시간이 많이 조각나 있습니다. 직장인의 평균 업무 집중 시간은 단 3분이라고 합니다. 직장을 벗어나서도 한 가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시시때때로 울리는 핸드폰 알림을 몇 번 확인하다 보면, 책 한 챕터 읽는 몇 십 분도 덩어리로 몰입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10분짜리 유튜브 영상도 길어서 배속으로 보거나 건너뛰며 보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멀티’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뇌는 여러 가지 일 사이를 건너 다니면서 주의력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퇴근하고 나면 뭘 한 건지 모르겠지만 엄청 바쁜 하루였고, 덩어리 시간을 내 몰입해서 성과를 낸 건 잘 기억에 안남지만 주의력은 다 고갈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 뭘 하려고 해도 에너지가 없는 것이지요. 


글을 쓰면 집중력이 희소한 시대에 집중력을 기를 수 있고, 몰입의 즐거움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고, 나만의 기록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누구나 글을 써야 합니다. 어떤 형태의 글이든 쓰면서 살아야 합니다. 직장인은 각종 기안지를 쓰기도 해야 하고, 상품 설명서를 쓸 일도 있을 것이며, 때로는 공지사항을 쓰기도 합니다. 어떤 직종에서 무슨 일을 하든, 글을 쓰게 됩니다. 그렇다면 평소에 글을 쓰는 게 익숙한 사람이 글로 자신의 의사를 더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저는 글쓰기가 좋습니다. 어딜 가나 글을 쓸 준비를 하고 갑니다. 머리맡에도 당장 떠올랐을 때 글을 쓸 수 있게 노트를 가져다 두었습니다. 외출할 때도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닙니다. 글을 쓰다 보니 하루가 충실해졌습니다. 조각나 있던 시간은 글을 쓰는 때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몰입할 수 있었고, 저만의 노트에 저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면서 인생 전체가 특별해졌습니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면서 그간 관심 없던 내면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남들처럼 사는 게 제1 목표였던 사람에서, 저만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글을 쓰고 유통하는 데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제 생각을 써서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고, 다양한 생각을 하는 분들과 소통하며 생각의 깊이를 넓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취미와는 달리, 비교에서 자유롭습니다. 물론 누가 봐도 명쾌하게 잘 쓴 글이 있기는 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에 글을 나누는 기준은 애매모호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의 인생이 단 하나뿐인 고유함인 것처럼, 그의 글도 좋고 나쁜 하나의 기준이 아닌 고유함으로 개성을 갖게 됩니다. 


요즘같이 빠른 시대일수록, 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더 읽지 않고 더더욱 쓰지 않는 시대가 되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글 쓰는 사람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10분도 좋고, 잘 못 쓸 것 같아도 좋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3분만큼만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뭐가 됐건, 써내려 가 보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도 글을 잘 쓰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