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글을 잘 쓰고 싶다.

비결 없는 글쓰기가 좋습니다.

   '그래도 잘 쓰고 싶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저는, 매사 평가받아야 하는 학생이 과제를 제출하듯 글을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글쓰기를 점점 더 어렵게 생각하게 되었고, 정말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여곡절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 늘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글을 덜 쓰게 되니, 글을 쓰는 일이 좀처럼 자연스러워지지 않았고 글을 쓸 때마다 억지로 힘센 동물을 끌고 가듯 애를 먹었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제일 먼저 글 쓰는 일에 자연스러움을 느껴야 할 터였습니다. 일단 써야 했습니다. 

   ‘잘’ 써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 마음은 결국 욕심이었습니다. 생각이 가 닿은 곳 보다 더 먼 지점을 표현하고자 하고, 쓸 수 있는 문장보다 더 세련되고 있어 보이려 했기 때문에 글을 쓰기가 힘들었고, 맺기는 더 힘들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일단 쓰기로 했습니다. 초보인 제가, 잘 써야 한다고 마음으로 수없이 저를 괴롭혀 본들, 얼마나 좋은 글이 되겠으며 그렇게 쓰지 못한 글들이 모이면 얼마나 많을 것인가 하면서 말이죠.

   딱 제가 가진 만큼만 쓰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있어 보이려 하지 말고, 생각한 만큼 깨달은 만큼 쓰려고 했습니다. 확실히 이전보다 글을 쓰는 행동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러는 동안 글쓰기에 대한 마음은 점점 커졌습니다. 글을 짓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글을 써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생겨났습니다.

   이쯤 까지 생각이 미치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것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정말 ‘잘’ 써야 했습니다. ‘잘’ 쓴다는 게 좀 애매하니,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생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생각을 자기 것인 양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생각조차도 해 아래 누군가는 이미 했던 생각이겠지만, 나만의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으로 표현을 잘 해낸다는 것입니다. 써내고자 하는 생각이나 느낌, 장면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절묘하게 잡아서 적확하게, 풍성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지요.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그것을 문장으로 적절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해 보았습니다.

   근데 남과 다른 생각은 어떻게 하는지, 표현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모호하기만 합니다. 하긴 뾰족한 수가 있었으면 이런 글을 쓸 이유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첩경은 없지만, 역시 왕도이자 정도는 ‘다독, 다작, 다상량’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글을 읽고, 읽은 만큼 치열하게 생각하고, 매일 생각한 바를 글로 써 보는 것. 이것이야 말로 글쓰기의 왕도이자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저는 글쓰기에 비결이 없어서, 글쓰기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뻔한 얘기를 뻔한 방식으로 하고 말았습니다. 때론 이런 글도 중요한 것을 상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쓸모가 있다고 뻔뻔하게 믿어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제게 보내는 결의서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잘 쓰기 위해 읽고, 열심히 생각하고 쓰겠다는 다짐입니다. 조금 부담이 생기긴 했지만 좋습니다. 

   늘 하던 생각을 넘어가기 위해서 다양한 양서를 읽으려 합니다. 급히 해치우듯 읽지 않고 작가가 문장속에 숨겨둔 행간의 의미를 곱씹고, 음미하면서 읽으려 합니다. 또 동어의 반복을 피하고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노트를 하나 사서 한글 단어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재능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노력을 통해서 한번 잘 써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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