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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Sep 11. 2023

글을 잘 쓰고 싶으세요?

뭔가를 잘하려면, 그걸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말과 글이 무엇이 다른지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차이가 있겠으나, 상호작용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가 아닌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경우,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는 글을 쓸 때만큼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흔히 글을 쓸 때 생각하는 ‘잘 써야 하는데’ 같은 생각들 말이지요. 일상의 대화는 듣는 상대방과 함께 있고,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양쪽의 생각이 수정되기도 하고, 나름의 발전 과정을 거치기도 하지요. 그래서 부담이 좀 덜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은 금세 없어지고, 생각이 바뀌면 또 말하면 되니까요.


글은 조금 다릅니다. 일상의 내용을 글로 쓰더라도 글은 즉각적인 반응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글은 하나의 완성된 생각으로 발행됩니다. 큰 틀에서 보면 글도 변화하지만, 대화처럼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거기에 글은 계속 남아 있다는 점이 대화와 다른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글을 쓸 때 생각을 정돈하고 최대한 완결된 형태에 가깝게 발행해야 한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붙들고 어느 정도 정돈될 때까지 씨름하거나, 생각할 시간과 장소를 얻기 위해 기다리곤 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할 때를 얻어야 했고, 혼자 머물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든 생각을 어느 정도 정돈된 형태로 표현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생각을 정돈하고, 표현을 다듬어서 독자에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노력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쩐지 제게는 더 정돈하고 싶고, 더 적확한 표현을 찾고자 하는 일이 때로는 글을 쓸 수 없는 핑계가 되기도 했습니다. ‘생각이 충분하지 않다.’ 고 여기며 글을 쓰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가만 들여다보니, 생각을 깊이 한다고 끝이 있을까 싶습니다. 일생을 살더라도 완결된 인식이 가능할까요? 매일 반복되는 것 같은 자연 현상도 볼 때마다 새로운 마음이 드는데, 변하는 시간 속에 저의 인식이 어느 날 완결된 형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저의 인식이 완성되는 날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글을 쓰는 저 자신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글로 표현되는 생각이나 경험도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요. 


역시나 결론은 ‘균형이 필요하다.’입니다. 최대한 완결성을 추구하고, 사유를 깊게 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한 일입니다. 적확한 표현을 찾고, 다수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내어 사용하려는 노력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생각이 미치는 데까지 쓴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더 잘 쓰고 싶다.’, ‘지금의 나보다 더 좋은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지금 상태의 나를 인정해야 합니다. 쓸 수 있는 만큼 쓰고, 가 본 데까지만 써야 합니다. 저처럼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 꽂혀 있는 사람은 반대쪽 시소에 무게를 보태야 합니다. 


잘 써야 해서 글을 덜 쓸 때가 있고, 며칠간 쓰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면 쓰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겉으로는 생각할 틈을 얻고 좀 더 파 내려가보려 했으나 한편으로는 잘 쓰고 싶다는 구실로 도망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잘 쓰고 싶어서 쓰지 않으면, 결국 잘 쓰게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잘 쓰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했지만,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잘 쓰기 위한 노력이며 생각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울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선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글을 쓰는 일만이 만족을 줄 수 있습니다. 거듭 생각해 보아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잘 쓰려고 쥐어 짜낸다고 해서 단기간에 글이 좋아지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쓰는 사람이 결국 이 모호한 ‘잘’ 쓰게 되는 곳에 다다르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냥 써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명문을 쓰는 사람은 틀림없이 졸문을 쓰는 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 한 구절도 생각이 납니다. ‘나는 최고의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 


욕심을 버려야 쓸 수 있습니다. 깨달은 것만큼, 가본 것만큼 쓴다고 생각해야 쓸 수 있습니다. 생각은 어차피 완성이 없습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써내고자 해도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냥 쓰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좀 부족해도, 졸작이어도 괜찮습니다. 잘 쓰는 비법을 기대하신 분들께는 죄송한 결론이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이유불문, 그냥 써야 합니다. 


이만큼 글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했는데도 아직 ‘그래도’라며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는 제 마음에게 한 마디 더 보태자면, “야, 무슨 대통령 연설문 쓰냐?”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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