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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Sep 13. 2023

생각이 글을 발전시키는게 아니라 글이 생각을 발전시킨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 생각의 도구이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 생각의 도구이다. 


생각을 어느 정도 발전시킨 후에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글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간혹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켜서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생각을 마친 후에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글을 쓰면서 생각을 발전시켰을 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들게 마련이고, 높은 확률로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최초에 떠오른 생각이 발전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지도 않아서 생각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마침내는 사라져 버리고 만다.


첫 문장 혹은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면, 글을 쓸 준비는 끝난 것이다. 글을 씀으로써 생각이 점차 발전된다. 유명 작가의 경우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 외에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글을 완성하기 전까지도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계속해서 다음 문장을 써 나가는 것이 글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집을 지을 때도 기초공사로 토대를 다지고 차근차근 건물을 완성시켜 나가듯, 글로 짓는 생각의 집도 마찬가지이다. 최초의 단어 하나를 가지고 생각을 발전시키고 글을 연결시켜 나가는 것이다.


하루 종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없다. 머릿속은 많은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고, 삶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것도 쓸 것이 없다고 느끼는 날이 있다. 이런 날 외부 자극을 찾아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특별한 경험을 위해 돌아다닌다고 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아무것도 쓸 내용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일수록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쓸 내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충분히 발전시킨 후에 한 번에 글로 꺼내려고 했기 때문일 때가 많다. 


지금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다면, 어서 글을 써서 그 생각을 잡아 와야 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지만 글을 써내기 어려운 것은, 글로 생각을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은 언어로 표현될 때 명확해진다. 사람의 생각은 언어 속에 들어 있다. 글을 내가 가진 포획도구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 자루의 펜, 혹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생각을 사냥하는 좋은 도구이다. 글이라는 도구로 생각을 사냥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생각을 제대로 잡아올 수 없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샌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까지도 글로 잡아올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본다. 어리고 경험이 없는 초보 사냥꾼이 하루종일 사냥을 해도 토끼 한 마리 잡기 어렵다가 점차로 성장하여 나중에는 뛰어다니는 노루나 사슴도 잡는 장면이다. 처음 글은 엉성할 것이다. 하지만 점차 좋아질 것이다. 그러려면 글을 씀으로써 글을 단련하는 수밖에 없다.


직장 생활에서도 글을 쓰는 사람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나는 3년간의 회사생활 동안 열 권 남짓한 노트를 썼다. 업무를 한 번 접하고 나면 관련한 사항을 기억에 의존하여 기록해 두었다. 그 과정에서 업무 진행과정을 한번 더 숙지하게 되고, 각 과정에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을 질문 형태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업무 처리 절차를 숙지하는 것을 넘어 전후 과정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각 업무처리절차의 이유와 방법을 습득하게 되면, 나아가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업무를 글로 정리해 봄으로써 생각이 발전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 아마 쓰지 않았다면 대강의 내용을 기억하는 정도에서 그쳤을 것이다.


직장생활뿐만이 아니다.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도 글쓰기는 유용한 도구이다.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불확실한 요소도 있고, 각 요소가 서로 얽혀 있기도 하고, 우선순위도 설정되어 있지 않다. 복잡한 의사결정을 머리로만 하려고 하면 좀처럼 좋은 선택을 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글로 고려해야 할 요소를 적어보면 훨씬 명쾌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결정이 어려운 이유, 충돌하는 요소 간의 관계,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글로 써보면 머릿속 시뮬레이션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다. 또한 근거를 가지고 결정했기 때문에 더 힘 있게 결정사항을 추진해 갈 수도 있다.


직장생활이나 어려운 의사결정에만 글이 유용한 것은 아니다. 창작자의 경우에도 글쓰기는 유용하다.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하는 사람이나, 글을 쓰는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떠오른 발상만 가지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첫 생각을 잘 다듬고 발전시켜서 각자의 표현수단으로 꺼내 놓는 것이다. 이 과정에도 글쓰기는 유용하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발전시키고, 정돈된 생각을 다듬어서 한 편의 글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생각’과 거리가 먼 사회이다. 생각을 하려면 공간과 시간이 필요한데, 쫓기듯 바쁘게 살다 보면 생각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게다가 생각은 쉽게 눈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서, 당장 결과를 요구하는 경제 논리와도 맞지 않다. 그런고로, 현대인은 생각을 오래 해서 결과를 얻는 일보다 쉽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활동에 빠져든다. 주로 시청각 자료에 의존하여 직관적으로 정보를 습득한다. 비록 현대의 흐름은 직관적인 정보 습득을 추구하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 점점 더 생각하는 힘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결국 사람들이 소비하는 직관적인 자료도 누군가 생각하는 사람에 의하여 기획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때로는 오랜 기간을 씨름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답이 없어 보이는 질문을 품은 채 평생을 살기도 해야 한다. 먹기 편하다는 이유로 간편식을 평생 먹는다면 그 몸이 건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의 날을 벼리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지금 떠오르는 생각이 있는가. 며칠 전 겪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가. 글을 한 번 써보면 어떨까. 지금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선물 상자를 여는 기분으로, 내면에 있는 나만의 생각의 바다를 항해하는 느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보면 어떨까. 


글쓰기는 그 자체로 생각의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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