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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 Sep 14. 2023

중요한 것은 쓰고 싶다는 마음

쓰고 싶다는 마음, 그것만 있으면 되더라구요.

글을 쓰고 싶다면, 쓰면 됩니다. 글 쓰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흔히 자기표현을 위해서 글을 쓴다고 하는데, 그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자기표현이 글 쓰는 이유를 모두 설명해 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을 찾기 위해 쓰기도 할 것이며, 또 다른 사람은 정보 전달을 하거나 유명해지기 위해서 또는 사상을 전달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도 할 테니까요. 사람마다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수십 개, 수백 개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왜 글을 쓰고 싶은가 하는 질문은 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써 내려가기 시작하면 됩니다. 


쓰고는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모르시겠다구요? 무엇이든 쓰시면 됩니다. 쓰고 싶은 게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진실한 마음으로 써 내려가시면 됩니다. (진실은 꼭 사실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뭘 써야 할지 모르는 경우는 대부분 정말 쓸 내용이 없어서라기보다 쓸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고, 때때로 그것들을 한꺼번에 말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도 사소하기만 한 것은 없습니다. 글로 표현되는 시점부터 기록할만한 역사가 되는 것이며, 나만의 창작물이 되는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이 담겨 있는지 모르는 선물상자를 여는 것과 비슷합니다. 처음 떠오른 생각한 줄에 글을 이어나가다 보면, 처음 문장과는 전혀 딴 내용을 담은 글이 되기도 합니다. 한 두줄 쓰려고 펜을 잡았다가 열 장을 연거푸 써내려 가기도 합니다. 이처럼 글은 써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쓸 만한 것이 내게 있는가 같은 질문은 잠시 저쪽으로 밀어 두시고, ‘쓰고 싶다.’는 마음에만 집중해서 써내려 가시면 됩니다. 써내려 가다 보면, 내가 쓰고자 했던 것,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에 도달하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 


저도 글 쓰는 이유를 하나로 특정할 수 없습니다. 저 자신을 표현하고 싶기도 하고, 저와 대화를 하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감정을 정리하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며, 또 여러분들과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뭐라고 하나 콕 집을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글을 쓰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좀 없으면 어떻습니까.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 있다면, 오히려 이유도 명확하지 않은데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거야 말로 두근거리는 일 아닐까요? 이제야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이유 없이 좋은 것이야말로 진짜라는 것을요.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 것들은 이유가 사라지면 싫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유 없이 좋은 건 말릴 수가 없습니다. 대상이 사람이든, 글이든 뭐가됐건 간에요. 그러니 별 이유 없이 글쓰기가 좋고 뭔가가 좋다면, 그것 자체로 놀라운 발견입니다.


그래도 가끔 난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글은 쓰고 싶은데, 뭘 꺼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럴 때 저는 뒤죽박죽 섞여있는 글감들을 하나씩 꺼내 놓습니다. 글감을 꺼내 놓고 하나씩 뜯어보다 보면, 한 녀석을 골라서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 하수구에 사는 사람 이야기

- 글쓰기의 장점

- 여행 수단으로써의 글쓰기


이건 오늘 아침에 제가 꺼내놓았던 생각의 일부입니다. 이렇듯 글쓰기의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심지어는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주제로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써 내려가면 됩니다. ‘일기는 일기장에’라든가, ‘이런 걸 글이랍시고 써도 되나’하는 질문은 하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글이란 결국 누군가의 삶이며 이야기입니다. 일기 같은 글은 발행해서는 안된다고 한다면, ‘일기 같다’라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입니까? 그리고 글이 개인의 표현수단이 된다고 했는데, 일기만큼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일기는 일기장에’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면, 어떤 글도 쓸 수가 없습니다. 


쓰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무엇이든 쓸 수 있고, 어디로든 상상의 나라로 떠날 수 있습니다. 펜 한 자루, 노트북 한 대, 그것도 아니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장소도 상관없습니다. 잠시라도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글쓰기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들려오는 편집장의 목소리는 무시하십시오. 보통은 이런 목소리입니다. ‘그걸 글이라고 썼냐’, ‘너무 진부하다’, ‘특별할 것도 없구만’, ‘그런 건 아무도 알고 싶지 않아’ 등의 목소리입니다. 마음속의 편집자는 글을 쓰기 전에는 이런저런 생각들로 나를 괴롭힙니다. 이 녀석의 목적은 저로 하여금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이들은 마음 한 구석으로 가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쓰기 시작하면, 점점 이들은 힘을 잃어버립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 하나이고,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결국 쓰게 됩니다. ‘써야 하는 사람은 결국 써야 한다.’는 말도 있더군요. 중요한 것은 ‘쓰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쓰고 싶으시다구요? 그것만으로 이미 글을 쓸 수 있는 모든 조건은 다 갖고 계신 겁니다. 


저는 제가 글을 쓰고 싶어 해서 참 좋습니다. 글이 아니라 영화를 찍고 싶다거나, 노래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로 나를 드러내거나, 노래를 해서 나를 드러낼 수 있지만 비용도 시간도 글과 비교해서는 비교도 안되게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글만큼 자기를 쉽게 표현할 수 있고 자유로운 매체가 없습니다. 펜 한 자루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고래 사냥을 나선 포경선의 선원이 될 수도 있고, 동화 속 나라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떠나간 사람을 글로 되살릴 수도 있고, 미래의 나 자신이 되어보는 상상도 할 수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글 속에서 벌레가 되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창공을 나는 한 마리 새가 되기도 합니다. 글을 읽으며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에 한 번이라도 빠져 보신 분들은 글이 가진 최대치의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이만큼 자유로울뿐더러, 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가끔 특별함을 찾아 카페에 자리를 잡고 글을 써도 커피 한 잔 값이면 족합니다. 이 정도면 남는 장사 아닙니까? 하지만 이 모든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야말로 글을 쓰는데 필요한 모든 자격이자 재능입니다. 


글을 써 보면, 정말 글을 쓰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글을 써보는 수밖에는 내가 글을 쓰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극소수의 사람의 욕망은 마음 표면에 있어서 따로 파내려 가지 않아도 쉽게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경우는 드뭅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글을 써 보기 시작한 다음에야, 내가 글을 쓰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은 모두 조금이라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분일 것 같습니다. ‘중꺾마’도 아니고, 글쓰기에 중요한 것은 쓰고 싶다는 마음이다 같은 소리를 여기까지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틀림없을 겁니다. 


글이 주는 자유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저 자신이라는 세계를 여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글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만나고 싶습니다. 읽고 쓴다는 것은 결국 나와 타인의 삶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점차 삶이 다채로워지고, 활력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쓰고 싶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쓴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고, 쓰고 싶다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삶에 관심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꼭, 쓰고 싶은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사진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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