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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araxia Aug 26. 2024

심야 택시 안에서

밤을 잊은 그대에게, 새벽을 여는 사람들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다 보니

낮에 회사를 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도시의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정을 넘어 거리에 사람들이 서둘러 하나 둘 귀가를 시작하고

1시를 지나 2시가 넘어가면 거리는 한산해지는데

강남역, 종로 2가, 그리고 마곡일대의 번화가에는

아직도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람들이 붐비는 유흥가 주변의 한적한 사거리나

빌딩 앞 벤치에는 대리기사분들이 꽤 많이 앉아서

핸드폰을 보며 콜을 기다리는 듯하다.

그들은 새벽 4시가 넘어가면 콜은 이미 포기하고는

목적지 방향으로 가는

첫 버스를 기다리는 듯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다.

혹 가는 방향이라도 같으면 태워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언제나 마음뿐이다.


1시가 넘어가면 대중교통이 끊기고 막차를 놓친

사람들은 삼삼오오 버스정류장에서 심야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심야버스는 거의 만원 버스가 되어

하루를 피곤하게 보낸 이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 늦은시간까지 음주가무를 즐긴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도심에서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저녁일을 하고 귀가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눈에 보이는 어느 청춘은 너무 피곤해 보여 안쓰럽다.


3시가 넘어가면 도심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깨끗하게 치워주시는 환경미화원들의 시간이다.

골목마다 모여있는 쓰레기봉투들을

번쩍번쩍 들어 올려 차에 실으며 달려간다.

낮에는 보이지 않지만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그분들 덕에 깔끔한 도시가 유지되는 것이니 말이다.

가끔 내앞을 막아 늦어질때도 있지만

이때 만큼은 여유있게 뒤에서 기다려준다.

이것이 그분들에 대한 예의다.


새벽까지 운행을 하면서 그동안 못 봤던

도시의 밤얼굴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대리기사, 환경미화원, 아르바이트 마치고 귀가하는 청춘...

저마다 각자 열심히들 살아가는데 오늘 하루는

행복했을까?

심야버스 창문에 비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그들의 눈에 비칠 내 얼굴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 지으면서 오늘도 달려간다. 렛츠! 스타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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