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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araxia Sep 23. 2024

심야 택시 안에서

당신은 어느 동네에 살고 있습니까?

택시를 하면서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번화가, 다양한 동네...

그중에서 오늘은 동네이름에 애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동네'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뜻을 옮기자면

'사람들이 생활하는 여러 집이 모인 곳'이라는 의미인데 요즘은 많이 쓰지 않는 단어 중 하나인 것 같다.


택시를 타면 예전에는 '금호동 가주세요!' '신림동이요!' '동대문이요'라고 했지만

요즘은 아주 구체적이다. 예를 들면 '압구정 현대아파트요' '반포자이요'

더 자세하게는 아파트 동수까지 불러준다. 

전에는 골목어귀나 아파트입구에서 내려 걸어 들어갔다면, 요즘은 아파트 OO동 1~2호 라인 앞까지

태우러 가거나 내려주는 일이 많다. 편하자고 돈 내고 타는 것이니 당연한 서비스다.


손님들의 주소지를 들으면서 아파트 이름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부동산 뉴스에 연일 고가를 갱신했다고 나오는 반포 '아크로 리버파크' '더에이치퍼스티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트리마제' 등 아파트 이름인지 리조트이름인지 잘 모를 지경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답이 있다.

한강을 주변에 두고 있으면 '리버'가 들어가고, 공원이 가까이 있으면 '파크'나 '포레스트'

최고를 지향하는 '퍼스티지' '원' 

세상에서 제일 좋은 단어들만 짜깁기해서 아파트 이름을 짓는다.

나중에는 '리버파크~클라우드~스카이힐~해븐~원'이라는 아파트이름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주로 재건축 단지의 새로운 이름에 저런 이름이 많이 들어가는데

새로운 아파트 이름을 위해 수천만 원을 주고 공모전도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주거지의 이름이 입주자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남들과 다른 세상에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엊그제 뉴스에 보니 강남 아파트에 있는 펜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단다.

'이곳에 살지 않는 자 들어오지도 지나가지도 말라!'

유럽의 성을 만들어 분양하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예전의 아파트 이름은 참 단순하였다. '은마아파트' '미도아파트' 현대아파트' '대림아파트'

건설사의 이름이 그냥 아파트단지의 이름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겹다.

지금은 집 주소만 들어도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는 세상이 돼버렸으니 씁쓸하다.


하지만, 최고급 아파트 단지의 손님도, 이곳이 서울인가 싶을 정도의 달동네의 손님도

나에게는 다 소중한 고객이다.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택시비가 다르지 않고

그들을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려는 나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오늘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들뜬 기분으로 안전하게 밤도시로 달려가본다.

렛츠! 스타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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