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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araxia Sep 16. 2024

심야 택시 안에서

운전대를 잡는 시간,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하는 시간

서울시내에서 10시간 넘게 운전을 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일단 화장실을 자유롭게 갈 수 없기에 수분섭취에

제한적이다.

장이 탈이나 거나 화장실이 급해질 경우를 걱정해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자극적이거나 우려되는 음식물 섭취도 자제하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니 말이다.


그리고 대략 10시간 정도를 주변의 도로상황과

멈칫하면 쉴 새 없이 끼어드는

다른 택시들과 버스의 위협도 감수해야 한다.

저녁 11시경의 명동역 주변과 을지로입구역은

대형버스들이 거의 모든 차선을 휘젓고 다닌다.

배차시간에 쫓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선을 넘나드는 대형버스는 정말 위협적이다.


그리고 택시의 적은 택시다.

서로 간의 양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빨간 등의 빈차 택시들이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달려 나가는 걸 보면 마치 F1경기를 보는 듯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고 씁쓸한 현실이다.

그래도 서로의 고충을 아는 동종업계 동료인데

조금씩 양보해 주는 배려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특히 사거리 모퉁이나 횡단보도에 떡하니 정차하고는

뒤차선이 막히든 말든 앉아 있는 택시기사들을 보면...

내 안에서 또 다른 자아가 꿈틀거린다.


이일을 하며 나만의 다짐이 하나 있다.

근무 중엔 절대 클랙슨을 누르지 않겠는다는 것이다.

무심코 누른 빵~한 번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지켜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 인내심을 가장 키워주시는 분들은

손님들이다.

요즘은 매너 있고 깔끔한 손님들이 대부분이지만

12시가 넘어가고 얼큰하게 한잔하신 손님들 중에는

대책이 없는 막무가내식 손님들도 만나게 된다.


종로 3가에 손님을 내려주는데 얼큰하게 취하신 3명의 남녀손님이 후다닥~뒤에 타더니

다짜고짜 찜질방으로 가란다.

'저는 가까운데 찜질방이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손님이 찾아보시고 알려주시면 모시겠습니다'라고

했더니 나보고 찾아보란다.

내가 택시기사지 네이버기사인가? 대략 난감이다.


그래도 실랑이를 하기 싫어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도보 70m 앞에 24시간 찜질방이 있길래

얼른 알려주고는 그곳을 벗어났다.

적당히 취한 분은 괜찮으나 인사불성의 취객은

아무래도 꺼리게 된다.

뒷감당을 하다 보면 그날 하루는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도시의 밤거리에는 만취한 취객들이 많다. 버스정류장 벤치는 그들의 안방이고 침대다.


한 번은 서촌에서 휘청이며 택시를 잡는 남자승객을 태웠다.

집주소를 말하는데 벌써 혀가 꼬여 정확하지가 않다.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주소를 제차 확인하고 가는데 뒷좌석이 수상하다.

스멀스멀 안 좋은 향기가 올라온다.

얼른 차를 세우고 문을 열어주고는 물티슈를 전해주고깨끗하게 닦으라고 하고는

따지 않은 생수 한 병을 주며 정신을 챙기라고 하니

'제발 집까지만 데려다주세요~'라며 취중에도 주소를 반복한다.

OO마을 9단지요~ OO마을 9단지요~~~


겨우 목적지에 내려주고 차 안을 정리하고는

차를 돌리는데 휘청이며 어둠 속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쨘하다~

같이 먹은 사람들은 동료가 저 지경이 되었는데 다 가버리다니.... 참 인정머리들 없다.


인사불성의 만취한 승객을 안 만나면 좋겠지만

음주측정을 하고 태울 수도 없으니 그 또한 만취승객과 나의 인연이다.

매너 있는 인연만 만나길 희망하며 오늘도 도심의 밤거리로 달려 나간다. 렛츠! 스타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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