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의 겨울 - 두 번째 이야기
감정의 고름을 짜낸 뒤 난 나의 감정을 빠르게 정리해 나갔다
오랫동안 냉담하였던 성당을 다시 나가기 시작하였고
나를 관찰하듯 매일 나의 감정과 엄마를 대하는 나의 태도의 이면까지 살펴보았다
바람이 시원해졌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어 갔다
세상은 또다시 아름다운 색의 옷을 입었다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늘 그 자체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달래주는 계절이었다
엄마와의 매일 하는 산책은 짜증이란 감정에서
소풍 나온 기분으로 바뀌었다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
내 감정에 평화가 깃들었고
난 엄마에게 나의 웃음을 주고자
노력하였다.
가을을 웃으며 보낼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나의 감정이 더 이상 시궁창에 뒹굴고 있지 않음에도 감사했다
모든 시간은 공평하기에 때가 되니 그 색감 좋던 옷을 벗어내고
겨울이 왔다
그간 나의 감정만큼 나의 일도 안정적이지 못했다
들인 노력에 비해 진만 빠지기 일쑤였고 그 사이에 오락가락하며 스트레스받던 나의 감정은 겨울로 접어들면서 모든 것에 너무 매달리지 않기로 정리해 버렸다
강아지들의 평온한 모습에서 행복함을 느꼈고
베란다에 낡은 매트를 깔고 그 위를 밟으며 즐거웠고
어릴 적 학교 근처서 잘 사 먹던 달고나를 해 먹으며 혼자 신났다
오후 시간 겨울 햇살이 집안에 스며 들어왔다
그 평온하고 따뜻한 햇살에 취해 나의 고민들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오늘 느끼는 이 행복한 감정에 충실하자
겨울은 춥지만 따뜻할 수도 있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난 오랜만에 겨울 방학을 보내는 기분이다
별일 없는 아침에는 늦게까지 늘어져 있고 창밖 세상이 움직이는 소리에 느지막이 기상한다
푹신한 이불 안에서 우리 강아지들과 게으름을 피우며 꼼지락 거리고
간단한 식사를 챙겨 먹고 산책을 나간다
눈이 온 세상을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고
아이들은 어떤 감정일지 궁금하다
25년의 겨울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겨울은 잠시 쉬면서 다시 다음 계절을 준비하듯
나도 25년의 겨울이 다음 해의 새로운 해를 위한 준비라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우리 엄마에게도 우리 강아지들에게도..
** 오늘 산책 중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에서
25년의 겨울을 기록하고 싶어 일기처럼 써보았다
지우고 싶은 글들도 있지만 그것 또한 나의 모습이었으니 그냥 남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