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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yton Oct 09. 2017

대화의 재구성


까만 눈썹의 웨이터는 한 손에는 계산을 위한 두툼한 지갑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앞치마 속의 담뱃갑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로 들어오는 손님도, 지금 바로 나가려는 손님도 없다. 그는 곧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질 것이다. 햇살을 따라 뿌연 먼지가 줄지어 밀려다닌다. 정체된 공간에서의 체감 밀도는 계속 높아져만 가고, 사람들의 모습이 테이블 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몽상의 윤곽이 드러난다.


Barcelona, Spain

서로에 대한 은밀한 욕구가 뒤섞인 목소리가 주인의 입술을 떠난다. 무한한 애정과 감출 수 없는 애증이 웃음과 한숨을 타고 무작위의 귓가를 넘나 든다. 실오라기보다 가늘게 실린 진심이 예정된 목적지에 도달하는가 하면, 실타래만큼 단단히 뭉친 진실이 한순간에 대기 중으로 흩어져버리기도 한다. 이토록 불완전한 이성의 전달자이자 불성실한 감정의 조력자임에도 인간은 기꺼이 소통의 도구로서의 언어를 발생시켰다. 오죽하면 미완의 그 자체로도 너무나 유혹적이라서, 우리는 생이 다할 때까지 도저히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유언이라는 방식으로, 심지어 죽는 그 순간까지. 우연히 닿은 카페에서 이방인의 호기심은 타인의 소통을 염탐하기 시작했다. 차가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오후의 몽상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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