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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yton Jun 19. 2018

흰 개와 차밭

매암차박물관










뽀얀 먼지가 내려앉은 박물관은 특별히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간략하게나마 차의 역사가 안내되어 있었고,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다기와 식기들이 고목 찬장에 정갈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달아오른 밖과는 달리 안은 그리 덥지 않았다. 나무 바닥은 틈새가 벌어지고 갈라져서 발을 디딜 때마다 저마다의 높이가 다른 소리를 냈다. 목조식 건물에서는 건조한 계절에, 구조가 맞물린 경계나 목재 자체가 뒤틀리면서 나는 특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끼익끼익끼익. 오래된 일본식 건물의 다다미 위에서 창 너머로 보이던 녹차밭은 끝없이 넘실대며 반짝이는 녹색 호수였다.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 흙은 바짝 말라 있었지만, 찻잎은 초여름의 해를 쬐며 싱그럽게 자라나고 있었다.


다방에는 먼저 온 손님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는 무료였고, 손님의 인기척을 듣고 나온 관리자인듯한 중년 여성이 작은 아이와 흰 개를 데리고 나와 차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동에서 만든 녹차라며 천천히 마시고 가라고 했다. 박물관 뒤편의 관리소에서 마당으로 난 사잇길을 익숙하게 걷는 개의 동그랗게 말려 올라간 꼬리가 예뻤다. 개는 녹차밭 이곳저곳을 잠시 돌아다니다 엄마와 숙제를 하는 아이의 근처에 앉았다가는, 곧 누워버렸다. 늘 그 무렵이 아이의 숙제 시간인 것을 아는 것처럼 느긋해 보였다. 작은 개가 배추흰나비처럼 노니는 초여름의 녹차밭은 그의 눈망울만큼 맑고 깨끗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매암차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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