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아닌 내 속도에 맞추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물었다.
골프의 시작은 아이의 사춘기 때문이었다. 지독히도 힘들었던 아이의 사춘기를 겪고 있자니 숨통 트일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매일 연습장에서 가서 연습을 했다. 몰래 눈물을 흘리면서 운동을 나갔고 얼마나 나가서 연습했는지 등에 근육이 생겼다.
첫 라운딩 나갔을 때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잔잔한 바람, 온통 초록의 파란 들판, 맑은 하늘 구름, 바람과 나 단둘이 고요함, 이렇게 나만 즐거워도 되나 죄책감이 들 정도로 행복했다. 그날 내내 웃었고, 한동안은 골프에 빠져 있었다. 연습을 계속했고, 운동을 잘하던 남편도, 같이 골프를 시작한 친구도 모두 골프를 같이 시작했다.
나는 골프와 나 단둘이 승부를 보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있으면 맨날 아이와 싸우고 골프는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매일 연습하니 골프실력이 늘었다. 비슷하게 시작한 친구도, 남편도 나랑 골프 치는 것이 스트레스였는지 남편은 스크린을 가자고 해놓고서 지면 승부욕에 불타 짜증을 내기도 했고, 친구는 나랑 만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인지 내 앞에서 골프 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몰래 연습했다. 왜 안되는지 자책도 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같이 라운딩 간 언니는 이기고 싶어서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이상 재밌지가 않았다. 처음에 재밌었던 마음은 온 데 간데없고 에너지만 쓰다 온 느낌. 시간 맞춰서 아침 일찍 골프장을 가는 것도 더 이상 재밌지가 않았다.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기에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을 시작한 계기는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수영장에서 숨 안 쉬고 계속 갈 수 있는 수영을 할 수 있어도 어떠한 영법도 할 수 없었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숨이 안 쉬어졌다. 가슴이 답답해서 처음이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 빠지지 않고 꾸준히 갔다. 그렇게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2년이 지나도 수영 고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여전히 배우는 사람, 잘하지 못하는 사람, 아직도 완성되려면 한참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차가 되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주중에는 헬스를 하고 주말에만 개인레슨을 받는다. 완전히 놓고 싶진 않고 그냥 오래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선생님은 왜 주말에만 하냐고 언제 느냐고 말씀하시지만, 여전히 내 속도대로 오래 하고 싶다. 그냥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안 빠지고 가는 시간이 그 일주일에 하루가 돌아오는 것이 기분이 좋다. 같이 한 친구는 오래전에 관두었는데 그 이유가 추운 날 수영장에 물에 들어가는 게 너무 싫다고 했다. 나는 그런 날은 그냥 물에 들어가 무조건 자유형을 한다. 그러면 추위가 사라진다.
물속에선 물과 나 단둘뿐이다. 팔 안쪽으로 물을 누르는 힘이 느껴지는 물의 부드러움이 좋다. 물잡이할 때 느낌, 모든 것이 물 안에서는 단 둘 뿐이다. 헬스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랑 거울 속의 나 단둘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은 온전히 마주하는 고요한 단둘뿐인 운동이 좋다.
골프가 나쁜 운동이 아니라 나는 나를 스스로 마주하는 온전히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왜 그만두었냐는 친구의 물음에 별 이유 없이 그만두었다고 했지만 그 말이 며칠을 내 안에 머물렀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남들에게 맞추지 않고 스스로 발전하고 싶은 오롯이 나와 마주하고 싶은 것들이어서 지금 내가 하는 운동들을 찾아간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온전히 내 속도대로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라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