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다. 개인의 봄의 시간은 다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마음이 봄

by Myriad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나태주, 봄.



겨울만 3개월째 길다,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진다. 추워서 나가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옷도 아무거나 두꺼운 거 꺼내 입고, 멋 부리는 것조차 사치인 겨울이 가고 있다, 나는 입춘의 뜻을 정확히 몰랐다, 봄춘은 알았는데 봄으로 들어가는 입구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설 입(立)이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스스로 두 발로 일어서는 것이다.


그래서 봄이 와도 추운 거였다. 봄이 일어서는 것, Spring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는 뜻이다. 시각적으로 생각해 보면, 얼음 밑으로 뿌리들이 서서히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꽃들이 용수철처럼 뿅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라 눌려 있던 것이 솟아오르는 벅찬 감정 같은 것이다.


새 학기가 어느 정도 지나고 아침 일찍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가 싸주신 김밥의 참기름 냄새 가방에 담아 전날 샀던 교복 아닌 사복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 밖을 나가면 매캐한 탄내 같은 냄새가 나면 봄의 시작이다.

아직 따뜻하지 않아 긴 팔을 입고 놀이동산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보면 조금 더워서 팔을 걷어버린다.


봄이 있냐고 묻는다면 계절의 정의가 아닌 각자의 기억과 향기로 남는 것이 봄이다. 입춘이라서 봄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에 맞게 오는 것이다. 그러다 집 앞에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바람에 꽃비가 날리는 날이 되면

모두의 봄이 된다.


매년 봄이 오면 엄마 아빠랑 살던 옆 집 라일락 나무가 담벼락을 넘어 우리 집에도 라일락향기가 난다. 그 향기는 바이레도의 라튤립 같은 향기였다. 달달하면서 사랑스러운 향기였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봄이 노력이 느껴진다면 그 사람 마음에도 봄이 온 것이다.


입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아지랑이가 피는 시간이다. 눈을 감고 봄의 소리를 느껴보면 어떨까. 잊지 않고 와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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