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도 될까..?
오전 11시..
오늘도 늦잠이다..
눈을 비비며 방을 나온 상호는
주방으로 가서 가스렌즈를 켜고,
라면 물을 올려놓는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상호는 집에서 하루하루 의미 없는 일상을 보낸다.
컴퓨터를 켜고 싸이월드에 접속한다.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둘러본다.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의 사진이 많이 올라왔다.
밝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갑자기 우울감이 밀려온다.
매일 작은 방 한구석에 처박혀
하루종일 누워만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비참한 마음도 든다.
난 가만히 있었는데..
우울하다..
나도 저들처럼 대학이라는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처럼 살았으면 어땠을까?
사실 상호는 지방의 한 사립대학 추가모집 원서를
넣었고, 정원미달로 합격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부모님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대학의 졸업장이 무슨 가치가 있냐며,
없는 살림에 등록금 아깝다고 입학을 반대하셨다.
상호는 부모의 반대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상호의 대학입학은 끝이 났다.
나도 저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
라면 한 그릇을 해치우고,
저금통에 모아둔 100원짜리 동전 10개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하교하고 있는 초등학생들도 보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상호는 목적 없이 무작정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다리도 아프고, 날씨도 춥다.
앞에 포장마차가 있다.
상호가 좋아하는 떡볶이와 어묵도 보인다.
상호는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꺼내어 세어본다.
하나.. 둘.. 셋..
상호는 포장마차로 들어간다.
아주머니 등뒤로 가격표가 보인다.
‘컵볶이 500원, 어묵 200원’
“컵볶이랑 어묵 한 개 주세요..“
학창 시절 줄곧 먹던 떡볶이인데..
오늘은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상호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집 앞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상호에게
길 건너편에 주유소가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창렬이..?“
창렬이는 상호의 중학교 친구이다.
같은 동네 살면서 중학교 때까지는
그래도 친하게 지냈는데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가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고,
상호는 길을 건넌다.
창렬이가 상호를 알아보고 먼저 손을 흔든다.
“최상호!!”
“어... 어.. 창렬아..”
"오 상호~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어디 다녀왔어?“
“응.. 그냥 바람 좀 쐬고 왔어.. 넌 여기서 뭐 해?”
“아.. 나 두 달 뒤에 군대 가거든. 군대 가기 전에 놀기 뭐해서 용돈이나 좀 벌려고 알바하고 있지.. 너는 요즘 어떻게 지내? 대학은?”
“응.. 나도 그냥 집에서 쉬고 있어.. 학교는 안갔지..“
“그렇구나, 혹시 너 다른 할 일 없으면 여기서 일해볼 생각 없어? 나는 이번달까지만 일하고, 남은 한 달은 좀 푹 쉬다 군대 가려고 하는데 네가 한다고 하면 내가 소장님께 추천해 줄게 “
“아.. 주유소알바.. 힘들지 않아?”
“전혀 안 힘들어~ 휘발유, 경유 차만 구분해서 기름 넣고 결제만 해주면 돼~”
상호는 신나게 이야기하는 창렬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때 주유소 안으로 벤츠 한 대가 들어온다.
“야 차 들어온다. 혹시 생각 있으면 연락 줘~ 여기도 나름 인기 많아서 하겠다는 사람 많아~ 아 시급은 3천 원이고 점심, 저녁도 공짜로 줘~ 나 일하러 간다.
어서 오세요! 현대오일뱅크입니다!“
창렬이는 벤츠 차량 차주에게 90도 인사를 하고,
조심스레 휘발유 주유기를 뽑아 기름을 넣는다.
상호는 그 자리에 서서
벤츠 운전석에 타고 있는 남자를 보았다.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와
그 옆자리에 앉아있는 미모의 여자..
상호는 창렬이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상호는 방에 누워 생각에 잠긴다.
창렬이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주유소... 주유소..”
상호는 벤츠에 타고 있던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서서히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