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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Aug 02. 2022

급발진의 추억

"여보! 여보! 나 어떻게!"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울음 섞인 목소리로 다급하게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롱 면허증 탈출을 위해 도로 연수를 다시 받고 남편에게도 수시로 운전 훈련을 받았다. 사고나 돌발 상황에 대한 교육을 미처 받지 못한 나는 일단 무조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급발진 급발진이 일어났어. 너무 무서워."


남편은 회식을 하고 온다며 불과 한 시간 전에 통화를 끝낸 아내의 전화를 받고 놀라움과 황당함을 금치 못하였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퇴근 후 회식을 하기 위해 동료를 옆에 태우고 호기롭게 회식 장소로 가는 길이었다.

‘오 초보 딱지 금방 떼겠는데? ‘라며 의기양양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주차까지 멋지게 완수하였다.

"도착했습니다! 이제 갈까요?" 동료에게 웃으며 말을 건네던 순간 시동이 꺼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악”


경사진 식당 주차장을 미끄러져 내려와 강남 한복판 8차선 도로를 향해 차가 움직였다.

"내려요. 내려! 탈출. 탈출! " 너무나 놀란 나는 소리를 지르며 운전대를 버리고 급하게 문을 열고 탈출하였고 당황하며 저를 쳐다보던 동료는 몇 미터를 더 차와 함께 끌려 내려가다 급하게 내렸다.

차는 도로의 두 차선을 가로막고는 그제야 멈춰 섰다.


내가 뉴스에서 떠들썩한 그 ‘급발진’을 방금 당한 건가? 시동을 끄고 주차까지 완료했는데 어떻게 차가 움직이지? 급발진을 당했지만 살았다는 안도감과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놀라 도로 중앙으로 내려간 차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도로를 점령한 수상한 차로 여기저기 신고를 받은 경찰차들이 오기 시작했고 나는 우선 보험 회사로 전화를 했다. 그 사이 경찰관이 도로에 놓여있던 차를 처리한 뒤 경위를 물어보러 왔다. “급발진. 급발진이 일어났어요. 주차를 하고 내리려고 하는데 차가 갑자기 움직여서 전 운전석에서 탈출하고 동승자도 겨우 탈출했다고요.”울먹이며 말하는 나를 진정시키는 와중 보험사에서 직원이 도착했다. 자초지종을 듣고는 잠깐 차 안으로 들어오라 신다. 혹시 주차하고 기어를 어디다 뒀다고 했고 P에 둔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웃으면서 초보운전자냐고 쳐다보신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나는 주차를 완료한 기쁨에 기어를 N에다 두고 경사진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차가 중립에 있으니 시동이 꺼져도 미끄러져내려 갔고 나는 차가 스스로 움직인다고 착각을 하여 그 난리가 난 것이었다.


무지함으로 일어난 에피소드에 황당함과 부끄러움이 몰려왔고 한심하고 웃긴 초보 운전자에게 10분간 보험사 직원은 계기판과 기어에 대한 기초 수업까지 해주셨다. 앞으로 안전 운전하는 베테랑 운전자로 거듭나라며 손 흔들고 헤어졌다.


남편과 강남 일대의 교통을 마비시켜 경찰차 세대가 달려온 ‘급발진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초보 시절의 웃기고도 황당한 에피소드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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